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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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Southern Magnolia

2021-08-09 (월) 최숙자 / Vienna,,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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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Southern Magnolia (한국명: 태산목)를 알게 된 것은, 50 년 전 뉴욕주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어머니가 사시던 버지니아의 알링턴으로 이사와서, 3층짜리 벽돌 아파트에 살 때다. 넓은 정원의 한 가운데 혼자 우뚝 서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 우리 아들이 신학박사 학위를 공부 한 듀크(Duke)대학의 교정에서도 너무나 많은 Southern Magnolia를 보면서, 우아한 모습에 감격을 했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거의 외출을 못할 때, 동네를 걸으며 우리 집 뒷 골목에 있는 우아한Southern Magnolia의 흰 꽃을 보면서 이상하게 마음의 평안을 받아, 그 앞에서 간단히 기도를 하곤 했다. 드문 드문 내 손보다 큰 하얀 꽃 하나가 피고 지면, 또 다른 가지에 열린 새로운 봉우리가 열리면서, 새 꽃이 피는 것을 보는 것이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할까?

한국에는 추워서 없는 사철나무로, 60-80 피트로 크게 자라서 우리 집마당에는 심을 수가 없지만, 80-120년을 산다는 Southern Magnolia는 이름 그대로 버지니아에서 플로리다까지, 또 서쪽으로는 텍사스에서도 볼 수 있고, 내가 방문한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남쪽에 가면 가는 곳마다 Magnolia라는 이름을 붙인 곳이 많다. 몇 년 전에는 우표로도 나왔는데, 모아두지 않고, 그냥 다 써 버린 것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알링턴 지역의 아파트의 3층에 살 때, 지금은 사춘기의 남매의 엄마인 딸을 나아 기르면서, 딸이 밤에 울 때마다, 아래층의 백인 할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곤해서 여쭈어보면, 자기는 전혀 모르고 잘 주무셨다고 하신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은 무척 예민하셔서, 작은 소리에도 잠을 못 주무셨는데도 우리를 배려하셨던 그 할머니가 그립다.
최근 들어, 지난 50년 동안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고 별 신경을 안 쓰고 살아왔던 우리를 깜짝 놀래게 하는 사건이 계속 생기고 있고, 덕분에 알게된 흑인뿐 아니라 동양인 차별의 역사를 자세히 알게 되었다.

평안한 미래를 꿈꾸기에는 불안한 때에, 지난 세월동안 또 지금도 사돈을 비롯한 좋으신 백인들을 모두 백인우월주의자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조심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Southern Magnolia를 보면서, 그 옛날 우리가 처음 미국에 살기 시작했을 때의 다정했던 백인 할머니를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일까?
하나님은 이런 내 마음을 아시는 것 같이, 며칠 전에 우리 동네의 내가 좋아하는 Southern Magnolia 앞에서 새로운 이웃을 에서 만나게 해 주셨다. 나무가 있는 집의 front porch에 처음보는 인상이 좋은 백인 남자 커피를 마시고 있어서, 인사를 했다.

알고보니 그 분의 딸이 그 집에 새로 이사를 와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콜롬비아에서 방문을 하셨는데, 한국사범에게서 태권도를 배우신다고 이름까지 알려준다.
요즘의 미국의 정치까지 편안하게 대화를 하며, 자기 동네의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솔직하게 얘기를 하시는 좋은분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하나님은 세상이 불안할 때일 수록,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먼저 따뜻한 마음으로 인내를 가지고, 조건부없는 사랑을 이웃과 나누라고 가끔 기회를 주셔서, 마음에 평안을 주시는 것 같다.

<최숙자 / Vienna,,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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