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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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은 해야지

2021-07-28 (수)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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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툭하면 “밥값은 해야지”라는 말을 쓰는데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하나는 주어진 임무나 위치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욕처럼 쓴다. 한국의 정치 현황에서 일들은 하지 않고 몸조심 한다며 무사안일에 빠져있는 공직자들이 꽤나 많다. 그래서 그러한 공직자들이 “제 밥값도 못한다”고 꽤나 욕들을 먹고 있다.
또 하나는 어려운 생활에서 한 단체의 구성원이나 가족이 돈이나 음식을 축내고 있을 때에 쓰인다. 특히 어려운 처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조적인 말로 자주 쓰고 있다. 농가의 할머니들이 추수 때면 밥값이나 해야겠다며 하루 종일 논바닥에 앉아 이삭을 줍는 모습이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사고가 사회의 윤리, 도덕적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고, 사실 그것이 건강한 사회를 이루고 있는 핵심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 코로나 팬데믹 때문인지 정부에서 돈을 마구 뿌려서 건강한 사회를 이끌던 윤리관이 흔들리는 것 같아 몹시 마음이 편치 않다.
돈을 뿌려야 경제가 활성화 된다, 어려운 사람들을 굶겨 죽일 수는 없지 않느냐 등 물론 수긍되는 점도 있지만 주변을 보면 빈둥빈둥 놀면서 다니던 직장에도 안 나가고 돈만 받으며 오히려 일하는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

내 주변의 한 사람이 자기 회사에 다니던 사람보고 나와서 일 좀 해달라고 했더니 마치 생색이나 내는 듯 나가서 일은 하겠지만 임금대장에 올리지 말고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며 일손이 딸리니 어쩔 수 없어 그렇게 하고 있다고 탄식을 했다.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이다.
그러던 차에 최근의 한국일보 1면에 워싱턴 지역의 낯익은 한식당들이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 내역이 실렸는데 2백만 달러 이상을 받은 곳을 비롯해 많은 식당들이 나열되었다. 나는 물론 그 보상을 받은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하루 매상이 5천달러인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상이 반으로 줄었다. 그래서 그만큼 손해가 났다. 그렇게 주 정부에 보고하고 그 손해 금액을 보상 받았다. 그렇다면 납득이 간다는 얘기다.


이와는 다른 경우의 식당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들은 식당 문을 닫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영업을 하던 중 코로나에 걸려 자식에게 옮길까 두려워 집에서도 따로 방을 쓰며 살면서 식당 운영을 했다.
그리고 매상이라야 소위 ‘to go pick up’ 뿐 일줄 알면서도 식당을 운영하다가 낮은 이자에 15년 상환이라는 소위 기업 특별융자를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쓰면서 버텨 왔다고 했다. 이런 분들에게도 어떤 보상이나, 혜택을 받도록 해야 공평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이 문제의 주안점을 그분들에게도 어떤 혜택을 주어 공평하도록 하자에 뜻을 두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식당을 열고 적자를 감수하며 운영을 한 건전한 생활인들이 인정을 받아야하며, 그런 분들이 사회를 지탱하는 즉 사회적 윤리와 도덕을 지키는 보루인 점을 모두 인식하자는 말이다.
소문에는 일부이겠지만 정부 보조금을 잘 받아내는 회계사들이 높은 인기라서 이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또 변호사 안내 광고를 보면 대부분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회사가 처리하면 되는데 왜 교통사고 전문변호사가 그리 많고 광고를 열심히 할까?
거듭 내가 바라는 바는 요령이랄까, 기회를 잘 타는 사람들의 세상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밥값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존경받는 사회의 주축이 되고 좋은 세상을 이룬다는 것을 모두의 가슴속에 두자는 것이다.
모두 밥값을 하고 사는 사회가 얼마나 건전한가. 밥값하고 사는 세상, 참 멋진 말이다.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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