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가 코로나바이러스 우세종이 되면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가뜩이나 비효율적인 미국의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으며 7월 초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던 바이든 행정부도 난처한 처지에 빠지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해 온 국정 어젠다들이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동력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이런 복마전의 중심에는 백신접종의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캠페인 초기만 해도 아주 빠른 속도로 이뤄지던 백신접종이 일정 비율을 넘어선 다음부터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공화당이 우세한 레드 스테이트들의 접종이 너무 부진하다. 카이저 재단 조사에 따르면 6월말 현재 민주당원 가운데 1차 이상 접종한 사람은 81%에 달한 반면 공화당원 비율은 52%에 불과했다.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백신 접종을 독려하겠다는 정부방침이 나오자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공화당 연방하원은 “다음에는 총기를 빼앗기 위해, 그리고 그 다음에는 성경을 압수하기위해 가가호호 방문하겠다는 것이냐”며 정부방침을 조롱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런 수준의 정치인들, 그리고 이런 정치인을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절망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SNS를 통해 백신과 관련한 가짜 정보들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플랫폼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 바이든 대통령은 SNS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좌절감을 토로했다. 페이스북의 즉각적인 반박으로 대통령은 일단 한걸음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SNS들에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는 ‘통신 품위법’ 230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SNS의 방조 여부를 떠나 정말 우려되는 것은 가짜정보 확산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파레토의 법칙’이다. 파레토의 법칙은 구성원의 20%가 80%의 결과에 관여한다는 관찰에서 나온 법칙이다. 불행하게도 백신 가짜정보 역시 예외가 아니다. 디지털 혐오방지센터(Center for Digital Hate) 조사에 따르면 백신과 관련한 가짜정보들 가운데 65%는 단 12명에 의해 뿌려지고 있다.
이들은 나치 독일의 선전부 장관이었던 괴벨스의 충실한 신봉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괴벨스는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이미 사람들은 선동 당해있다”는 말을 남겼다. SNS 상의 가짜정보 ‘수퍼 전파자들’이야 말로 미국인들을 선동하면서 위험에 몰아 넣고 있는, 악질 범죄자들이라 할만하다.
원래 사람들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글은 불안과 관련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안전할 것이라는 진단과 예측은 본래부터 인기가 없다. 그래서 언론들은 뉴스 소비자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정보들을 선호하는 것이며 SNS에서 이런 정보들일수록 더욱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이다.
미국인들 가운데는 애초부터 백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비율로 보자면 5명에 한 명 꼴이다. 그런데 현재의 비접종률을 보면 20%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어떻게 이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백신 비접종자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압력이 계속되면서 백신접종을 주저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백신을 맞기보다 오히려 백신 부정론자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원래 잘못된 신념은 자기합리화를 통한 확증편향에 빠지기 쉬운 법이며 비난과 비판을 받을수록 더욱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27일 현재 18세 이상 미국인들 가운데 최소 1회 이상 접종자 비율은 69% 접종 완료자는 60%이다. 전 인구로 보면 아직 60%와 40% 선에 머물고 있다. 보건당국이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수치상으로는 거의 구부 능선에 도달한 듯 보여도 남아 있는 비접종자들 성향으로 볼 때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그래서 벽에 부딪혔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26일 뉴욕 시는 전 직원들에게 백신접종을 의무화하고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직원들에게는 매주 감염 테스트 결과를 제출토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현 상황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행정명령이다. 백신 접종을 받고 싶어도 백신 자체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나라들과 달리 미국은 백신을 충분히 확보했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에 코로나 극복에 애를 먹고 있다. 과연 이런 나라에 백신의 풍요로움을 누릴 자격이 있기나 한 것인지 묻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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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