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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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

2021-07-26 (월) 전 스테파노 / 신부 (MD, 성 김안드레아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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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것들이 새로웠고, 흥미를 주었지만, 무엇보다 공기가 너무나도 맑은 것에 대한 부러움이 참 컸다. 한국은 어느 순간 마스크가 필수가 되었다. 코로나 이전부터 한국 사람들은 마스크 쓰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각 가정과 회사 등에서는 공기 청정기도 필수가 되어 있다. 맑은 하늘, 맑은 공기는 그렇게 어느 순간 사라지고 있다.
또 한 가지 미국에 와서 좋았던 것은 반딧불이었다. 이제 반딧불이는 한국에서는 강원도 숲이나 도시에서 멀어진 곳에서 가끔 어쩌다 우연히 볼 수 있는 곤충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그러한 곤충이기에 어두운 밤 작은 불빛을 내면서 날아다니는 반딧불의 모습이 너무나 반가웠다. 하지만 이 또한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해보니
지금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생각된다.

뉴스를 통해서 올해 여름, 우리는 엄청난 기후 변화의 현상을 보고 듣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엄청난 무더위와 여러 가지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의 지구는 마치 불타는 용광로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앞으로의 미래 아니,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미래의 지구는 어떻게 변할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우리가 더불어 살아갈 이 세상을 창조했다. 그 사실을 우리 신앙인들은 모두 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감이 아닌 우리의 편의와 발전을 위해서 자연을 남용하며 살아왔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세상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책임과 다른 피조물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어릴 적 아버지의 고향에 가면 밤마다 땅에서 슬그머니 나와 돌아다니던 땅강아지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 땅강아지가 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을 선사해 줬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느 순간 그 땅강아지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렇게 소중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서 하나둘씩 사라져 감이 아쉽다. 우리가 함께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지켜 갈 수 있다면, 그 또한 하느님 보시기에 좋지 않을까 싶다. 작은 우리의 노력이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커다란 결과를 맺어 냄을 우리는 신앙 속에서 체험하고 있으며 그 사실을 믿는다.

<전 스테파노 / 신부 (MD, 성 김안드레아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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