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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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해방주일 

2021-07-13 (화) 빌리 우/ 스털링,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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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1년반이나 교회를 폐쇄하면서 만나고 싶고 멀리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은 분, 연세 많은 분들의 건강은 어떠신지 심히 걱정 됐다. 설마 만나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얼굴은 반 가리고 손도 잡아서는 안되고 멀찍이 서서 이야기를 하니 꼭 원수를 만나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 계리사 사무실, 또 어디 사무실에 가서 앉았다 일어선 의자와 테이블에 알콜을 뿌리고 타올 페이퍼로 박박 닦는걸 보고 내가 뭐라도 쌌나 싶어 기분이 나쁠수가 있는데 나보다 먼저 앉은 사람이 일어나도 알콜뿌리고 소독했을거라 생각하니 아무렇지도 않았다.

여기에 쓸 수 없는 무형의 고통을 다 겪으며 참 무서운 세상을 통과했다. 백신이 나왔다고 희소식을 전한다는 매스컴은 백신맞고 죽었다느니 백신 맞다가 쓰러젔다느니 겁나는 말을 더 많이 알려줘 약효 94%가 아니라 역효 94%로 느껴저 백신맞기도 겁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역주행적인 말보다 담당부서의 지침을 받고 백신을 맞고 나중에 바이든 대통령의 대대적인 권장으로 주사를 맞고 현저히 양호해진 미국의 상태로 6월 첫주일에 교회를 정상적으로 개방했다.

모두가 교회에 나와 주차장에서 내려 서로가 반가워 손에 손을 잡고 예배실로 걸어 가고 장로님들이 문 앞에서 돌아온 탕자를 반기듯이 섰고 예배실에 들어서니 오랫만에 많은 교인들이 앉아 계신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마치 1945년 8월15일 해방되고 첫주일을 맞아 교회에 모인 것처럼 보여 제2의 해방주일을 맞은 느낌이었다.


 1943년 4월14일생이니 1945년 8월15일이면 나는 2살 4개월인 어린이였다. 한날 교회마당에서 어느 소꿉동무와 놀다가 나는 교회 여자쪽 문을 열고 들어가 신을 벗는 자리에 서서 안을 보니 남자들은 흰 두루마기, 여자들은 흰 치마저고리를 입고 교회에 가득 앉아 있었다. 독립영화 ‘워낭 소리’ 촬영지인 하눌에서 오신 검은 양복을 입은 최장로님이 앞에서 뭔가 말을 하시는 게 심상치 않아 보여 어머니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교회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것만은 기억이 나서 나중에 커서 어머니께 이야기 하니 해방되고 첫 주일예배라고 하셨다.

일제 강압으로 기독교 말살, 한국말 말살, 한글 말살, 이름과 성도 바꿔야 하고 공출로 모든 양식 징발, 총알 만든다고 밥 먹는데 필요한 그릇, 젓가락, 숟가락 다 털어 갔으니 뭐라도 있어야 할게 하나도 없어 해방을 얼마나 소원하고 갈망했으랴! 그런 와중에 해방을 맞고 교회에 모였으니 어린 맘에도 뭐가 심상치 않았을거다.

아무리 교회라 해도 일제는 총알이 될만한 종, 풍금, 양철지붕을 걷어 갔는데 우리 교회에 온전히 남은 것은 작은 할아버지께서 면장으로 계셔서 면에 남아 있는 공식 기록으론 둘레가 11m, 비공식적으론 선교사가 재니 여덟 아름이나 되고, 믿지 않은 동네 사람들이 제사지내는 거대한 당산나무인 느티나무를 주고 교회 재산을 온전히 지킨게 아닌가 싶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 우리 한국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말보다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 파우치 박사가 말하는 지침에 따라 마스크도 잘쓰고 거리 두기도 잘하고 손도 잘 씻었다. 교회도 폐쇄해서 비대면으로 집에서 예배드리고 기도하며 찬송부르고 성경을 손글씨로 쓰고 헌금은 우편으로 보냈다. 이런 와중에 비록 마스크는 썼지만 교회를 정상화하고 모이니 제2의 해방 첫 주일예배라고 하고 싶다.

<빌리 우/ 스털링,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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