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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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픽베이와 샌디포인트공원

2021-07-12 (월) 윤영순 / 우드스톡,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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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아들과 함께 우리 부부가 바닷가로 나들이하는 것이 얼마만인지 생각하면 기억마저 까마득하다. 이를 코로나 탓이라고 하기에는 무엇 하지만, 아직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지 못한 아들 식구를 제외한 우리 세 사람이 집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해변으로 모처럼 늦은 아침도 마다하고 출발했다.
일년 넘게 집안에서 꼼짝 없이 갇혀 지내온 우리 두 사람을 위한 아들의 깜작 이벤트이기도 하다. 나의 77회 생일 선물로 아들 부부가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해 놓고 정작 우리 부부에게는 이날 당일 통보한 것이다. 예고 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이 더 흥분을 자아내나 보다.

흰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파란 하늘에 바람이 열어 놓은 차창을 스치며 콧등을 간지럽히는 초여름 날씨이다. 쭉 곧게 뻗은 4차선 도로를 따라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미 해군사관학교 길목에 있는 샌디포인트(Sandy Point) 주립공원으로 이런 곳이 메릴랜드에 있었는지 조차 몰랐던 명소이다.
도착한 시간이 정오쯤이어서인지 바닷가 모래사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준비한 음식을 가운데 두고 화기애애하게 담소하는 모습들을 보니 모두가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다. 우리도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지고 온 음식과 과일을 먹고 난 후에야 주위의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모래사장을 걷다 보면 수평선 저 멀리 체사픽베이 브릿지(Bay Bridge)가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해변 가까이 물위에 떠있는 벽돌로 지은 작은 인조 등대 하나가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넘실거린다. 몇몇 돛단배가 한가로이 떠있는 바다 위에 지금 막 빨간 유조선이 긴 몸채를 하고 육지로 들어오는 모양새가 빠른듯 하면서도 느리다. 큼직한 바위를 쌓아 만든 방파제로 흰 물거품을 품은 파도가 철썩대며 왔다가는 사라진다. 조심스레 방파제 끝에 서보니 눈부시게 흰 갈매기 떼들이 사람이 다가가도 아랑곳없다는 듯 서로 얼굴을 맞대고 까아악, 까악….
오늘 같은 날 젊은이들 속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바닷물에 첨벙첨벙 뛰어 들기라도 하고 싶은데, 어떤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흡사 어린아이 마냥 물놀이를 즐기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민망한 듯 물속으로 잠수해 버린다.

한동안 해변의 뜨거운 모래사장을 발바닥이 따갑도록 걷다가 발걸음을 주차장으로 향했다. 모래사장 뒤쪽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을 지나 울창한 숲길로 들어서니 온몸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 주기라도 하듯 시원한 냉기를 품은 맑은 공기가 편안한 또 하나의 쉼터로 우리를 맞아준다. 공원 내의 이정표에는 유명한 낚시터며 블루크랩 등산로도 있다니 시원한 바다 냄새 풍기는 샌디포인트 해변을 다시 한 번 찾고 싶어진다.

<윤영순 / 우드스톡,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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