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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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행복

2021-07-08 (목)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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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이 입적 후 저서‘ ‘무소유’를 더 이상 증판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기신 걸로 알고 있다.
책 내용은 많은 이들이 대개 아는 사실이나 부연설명하면 대강 이렇다.
소유를 덜하면 할수록 세상을 더 많이 소유하게 된다. 소유는 집착에 근원하는데, 모든 인간의 불화와 싸움의 씨앗이 된다. 또한 근심, 걱정을 잉태한다는 말씀, 집착에서 벗어나면 그처럼 홀가분해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보기에 그 많은 거리의 신사들, 소위 홈리스(homeless)들이 측은하게 보일지라도, 그들이 오히려 우리들을 불쌍히 여길지도 모른다. 없어서의 불편함이 오히려 있어서, 아니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걱정거리를 가진 이들보다 훨씬 마음 편할지도, 아니 분명 그럴 것이라는 생각들을 해보았는가?
무소유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식이나 재산, 기타 소유될만한 모든 일에 관한한 오히려 좀 부족한듯함이 철철 넘쳐흐르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음을 알아야겠다.

좀 더 가지려고, 좀 더 움켜쥐려고, 특히 경쟁 상대가 있을 때 그보다 좀 더 많이, 좀 더 높게 되려고 발버둥침은 스스로 그만 못하고 부족함을 자인하는 꼴이며 한참 잘못된 집착의 부산물이 아닐까?
영어로는 이름 하여 ‘luxury agony’, 과분한, 사치스러운 불만이라고나 할까? 있는 자의, 풍족하여 어쩔 줄 몰라 생기는 걱정거리, 고민을 말함이리라.

없는 자에게는, 무소유의 진정한 실천가들, 특히 성직자들에게는 오직 잔잔한 해방감, 평온함이 있을 거라는 것을 상상해 본다면 우리가 처신해야 할 방향이 어느 곳이어야 하는 지 분명해질 것이다.
필자도 보통 인간이기에 소유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해 요즈음 밤잠을 설치며 고생하고 있던 중 불현듯 법정스님의 절판된 ‘무소유’의 예쁘장한, 조그만 159페이지 저서를 책장에서 찾아내 읽으며 이 글을 썼다.

<문성길 /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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