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基低疾患 평소 앓고 있는 만성적인 질병), 백신(vaccine 전염병에 대하여 인공적으로 면역을 얻기 위해 쓰는 항원).
정말? 신문기사에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은 뒤 백신맞은 접종자들은 평생 면역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였다. 뻥일거야? 하면서도 제발 그러기를 바라고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유난히 뼈가 굵어 뼈대있는 집안이라 자신하던 내게 뼈주사까지 맞게 한 무릎관절염과 하루에 서너가지 하던 일들을 이제는 하루 하고 하루 쉬어야 하는 신세로 만든 고통에 대한 보상을 받고싶다.
무엇이든 쉽게 풀어 아이들에게 알려주는게 익숙한 내게 읽기도 거북하고 얄궂은 기저질환이란 한자어와, 자세히 알고보니 영어인 백신은 코로나19를 얕보았던 내게 들이닥쳤다. 보름을 정신없이 아팠다. 밥맛이 없으면 입맛이 있던 내가 물도 못삼키고 뒷마당 베란다로 울면서 매일 음식을 해 온 올케와 온가족의 보살핌과 기도로 한달만에 살아났다.
진작부터 마스크를 쓰고 동네와 공원만 산책하면서 내가 퍼풋는 욕만으로도 트럼프는 오래 살거라며 유령도시를 뜨문뜨문 눈인사도 멈칫하며 몇달만 견디면 될거야 하던 게 해가 바뀌고 있었다.
한글학교밖에 모르던 나는 겨울과 봄학기 학교가 닫으면서 시름시름 시들기 시작했고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바뀌면서 15년의 한글학교 교사를 본의가 아니게 끝내고 교재들을 정리하며 마음을 추스릴 수가 없더니, 가을학기가 시작되자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그러나 회복이 되고 학생이 없는 교실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교사와, 컴퓨터 앞에서 친구들도 없이 온몸을 비틀면서 수업하는 아이들과, 일도 못가고 아이들의 모니터를 방마다 다니면서 감시하며 삼시세끼를 해야하는 엄마들, 재택근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인 가족들, 생뚱맞은 드라이브 졸업식을 보며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미국에서도 그동안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정년퇴직을 했음을 실감한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회복이 된 후에도 한참만에 걷다보니 동네입구 첫 집인 우리집을 따라서 주차장과 울타리 공사를 하는 집들이 여럿이다. 오가는 질문에 손짓발짓 영어가 딸려 건축업자 연락처를 마당에 꽂아주고 살펴보니 집주인은 제각각이지만 머리를 잘 써서 점점 더 잘 고쳤네 하며 흐뭇해한다.
믿음이 부족한 나는 온라인 예배는 정말 재미가 없고 미사를 빼먹어도 고백성사를 안봐도 된다하니 일요일이면 들로 산으로 쓸데없이 남편을 따라 다녔다. 봄이 되어 성당을 다시 가니 마스크, 열체크, 거리두기, 기도문, 노래를 소리내지 못하고 숨만 쉬는데도 좋다. 눈으로만 인사하는 교우들, 신부님도 반갑고, 귀찮아 빠졌던 구역모임 만남을 기다리며, 맛있는 성당밥 사먹고, 내가 좋아하는 새벽미사를 다시 다닐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다행히도 남편은 필수요원 공무원이라서 꾸준히 일을 하고, 코로나도 사이좋게 걸렸는데 남편은 이삼일 몸살 감기처럼 앓고 완치되어서 지금도 열심히 소같이 일해 나의 은행이 되고 있다.
그동안 어찌나 게으른지 글쓴지가 반년이 넘었고, 그리운 이들의 소식은 신문으로 알게되고 정신차려 다시 책상에 앉아서 구구절절 풀어낸 1년반의 나의 삶도 한 문장으로 확 줄여본다. 기저질환이 없다고 자만했던 나는 코로라19에 걸려 겨우 살아나 백신예방주사를 맞고 후유증을 이겨내며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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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 통합 한국학교 전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