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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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보은과 공존의 삶 속에서

2021-06-23 (수) 성향/스님·뉴저지 원적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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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供養具)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문수동자게(文殊童子偈)로 불리는 이 짧은 게송은 중국 당(唐)나라 화엄종 무착 문희(無着文喜, 821~900)선사가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에게 들었다고 전해지는 것이라 한다.

비록 짧지만 일상의 마음과 몸가짐이 참다운 도(道)와 둘이 아니라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의 가르침을 잘 일깨우고 있다.

얼굴에 미소를 짓는 것은 이미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미소 띤 얼굴이 좋은 모습인 줄은 알면서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은 그런 습관이 배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애써 좋은 일을 실천하려고도 하고, 그와 반대로 나쁜 줄 알면서도 반복하는 행위도 있고 또한 어떤 행위를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기도 한다.

육방예경(六方禮經, 동서남북상하에 예경)이란 불교 경전이 있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덕목을 여섯 가지로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
첫째, 동쪽의 예경은 부모와 자식의 윤리로 부모는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되고, 자식은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대할 것을 말한다.

둘째, 서쪽의 예경은 부부간의 윤리이다. 남편과 아내로써 서로 지켜야할 도리를 말하고 있다. 남편은 아내의 좋은 점을 칭찬하고 애정을 가지며 최선을 다한다.

또한 인격의 동반자로 예우하며 가정을 꾸려나갈 바탕을 제공하고 그 역할과 권위를 주라는 것이다. 또한 아내는 자녀의 교육, 가족의 건강, 가정의 화목에 노력하며 집안의 대소사 문제를 소홀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재산을 아끼고 증대해 나가며 부지런히 살아 모든 이의 모범이 되어 존경 받는 아내가 되라고 한다.

남편과 아내가 자신보다 가족의 평안과 화목 행복을 위해 함께 희생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남쪽의 예경은 스승과 제자의 윤리인데, 제자는 스승을 오직 존경심으로 대해야 하며, 스승은 애정을 가지고 제자를 엄하게 돌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넷째, 북쪽의 예경은 친구간의 윤리 문제인데, 서로 신의를 지켜 속이지 말고 성실하고 진실한 행동보다 더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다섯째, 아래쪽의 예경은 주종(主從)간의 윤리로 주인은 고용자를 능력에 맞게 일을 시켜야 하고, 피고용자는 주인의 덕을 널리 칭찬해야 한다고 한다.

여섯째, 위쪽의 예경은 종교인과 신도들 사이에 지켜야 할 덕목을 다루고 있고 서로 보호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바탕이 되는 특징으로 상호간의 평등과 자비, 그리고 보은(報恩)과 공존(共存)사상에 근거하여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동서남북상하 여섯 방향 어디에 살고 있든 서로 공경하고 사랑하며 미워하지 말고 모두가 귀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함께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을 살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성향/스님·뉴저지 원적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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