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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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의 6월

2021-06-22 (화) 이경주 일맥서숙 문우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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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이 들리던 하늘 아래
천지가 개벽하듯 핏빛 구름도
포연에 쌓여가고
산허리는 돌뼈 드러내며 미쳐 뒹굴었다
바위도 비분의 가슴을 치며
정지된 순간 바람도 죽어갔다

남편은 징용에 가고
아들은 국군에 입대하고
손자 놈은 인민군에 끌려갔다
폭우 쏟아지는 날
인민군을 보고 짖던 똥개 누렁이도
집 재산이던 외양간 송아지도
모두 해방군들이 끌어갔다

보따리 이고 지고
이웃도 모두 떠나갔다


포탄이 마당에 작렬하니
오동나무 앵두나무 나무들 뿌리째 드러눕고
지붕은 종잇장 같이 날아가며
서까래가 허공에서 춤출 때
모든 것이 떠나갔다

사방이 상통된 부엌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은 노모
찌그러진 미군 깡통에 마지막 양식을 얻는다
원한도 미움도 한탄도 함께 얻는다

6월
그날 뒤

남편도 아들도
손자 놈도
누렁이 똥개도
순둥이 송아지도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이경주 일맥서숙 문우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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