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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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2021-06-22 (화) 손인자 / 두란노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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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렸을 때‘ 옛날에 옛날에’ 하시며 들려주시던 그 생각을 떠올려 봅니다. 시간의 흐름은 강산도 일곱 번 넘었으나 아빠 딸로서의 소중한 기억은 지금도 미소 짓게 하고 교훈 삼고 있습니다.
아빠는 저희에게 훈육을 위한 훈육은 없으셨는데 옛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 주셨고 그 때는 너무 재미있던 이야기들이 후에 깨달음과 교훈이었음을 알았어요.

“어느 집에 한 밤중에 도둑이 들었는데 집 주위와 부엌이 깨끗이 잘 정리 된 걸 보고 안 주인의 성품을 짐작하여 도둑질을 포기하고 달아났다.”
“욕심쟁이 개가 고깃덩어리를 입에 물고 맑은 개울 위 다리를 건너다 문득 물에 비친 고깃덩어리를 물고 있는 개를 본 순간 그 것을 물려고 입을 벌리는 찰나 자기 것을 놓쳤지.”
“가장 아름다운 손은 남을 도와주는 손이다.”

“친구를 사귈 때는 ‘정과 믿음’으로 우정을 엮고, 어디서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먼저 머리 숙여 인사해라. 인사하는 사람이 뺨 맞는 법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또 “형제자매는 더 사랑 해야지” 하시고 가족 식사 때는 “네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너와 같다”고 하셨고, 식후 밥그릇에 남은 걸 보시면 “농사짓는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하라”고 하셨다.

아빠. 동생과 둘이 아빠 손잡고 발등 위에 우리 발 올려놓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아가면 아빠의 즉흥 작사 작곡인 “뚜뚜뚜 랄랄라” 선창 후 곧이어 합창으로 깔깔대고 웃다가 발등에서 밀려난 내 발을 다시 올리려고 밀고 잡으며 땀을 흘리며 돌고 돌았어요.
아빠. 이해로, 베풂으로, 사랑으로 올바르게 살라고 그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신‘ 아빠’ 이름 앞에서는 언제나 철없는 어린 딸이 됩니다.
아빠와 함께 한 아름답고 귀한 시간의 추억, 옛날 얘기들을 가슴에 남겨 주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손인자 / 두란노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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