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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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단상

2021-06-15 (화) 홍희경 / 극동방송 미동부 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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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동무는 마음도 좋다, 날마다 배나무 위에 와서 울어도 꼭대기 배 하나 안 따먹는다, 꼭대기 배 하나 안 따먹는다.”
국민학교(초등학교)때 즐겨 부르던 동요다. 어릴때 여름방학을 맞아 청량리에 가서 동부선 기차를 타고 경기도 용문에 있는 외할머니댁에 가면 외할머니 소유의 농장에 포도나무와 배나무가 있었다.
농장 한가운데 오두막에 올라 매미 노래를 부르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서울에서는 볼수 없는 맑은 시냇물과 깨끗한 공기 그리고 밤에 오두막에서 사촌과 자면서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소원을 빌면서 자던 추억이 난다.

그 당시 여름방학 과제로 곤충채집이 있었다. 메뚜기, 잠자리, 나비 등을 잡아 포르말린을 발라서 소독하고 박스에 하나 하나씩 핀셋으로 곤충을 모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매미동무는 꼭 배나무 꼭대기에서 울어대길래 채집하기가 어려웠다.
매미는 울어대는 소리와 모양새가 상당히 신비스러운 존재였다. 잠자리채를 들고 배나무 위로 엉금엉금 올라가 잠자리채로 매미가 울어대는 배나무위를 덥치다가 배나무가 부러져 외삼촌한테 몹시 혼나서 그 이후로는 매미 잡는 것은 포기하였다.

매미는 나무 껍질속에 알을 낳고 1년후 애벌레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가 나무즙을 먹으며 완전한 성충이 되기까지 6년이 걸려 세상밖에 나와 고작 7일 내지 30일 정도 산다고 한다. 숫놈만 맴맴 우는 것은 암컷에게 구애한다는 애달픈 청승맞은 노래란다.
이는 한국산 매미 얘기이고 미국산 매미는 17년 주기로 나타나는데 그렇게 잡기도 어려운 매미가 이곳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만 수백만 마리가 날아다니며 울어대고 있다.
매일 아침 내 애견하고 산책가는 포토맥 강변 동산의 백송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매미와 땅바닥에서 수십마리가 신음하면서 간신히 걷고 있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은 매미에 수많은 불개미가 들러붙어 뜯어먹고 있는 모습에 더욱 비애가 솟구친다.

다행인 것은 매미가 우리 인간들과 타종의 동물들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어릴 때 아련한 추억을 회상케 하고 죽은 매미는 타종의 동물들에게 단백질을 보충해 주며 또 매미 햄버거 출시로 우리 인간들에게 별미의 맛도 선사한다.
이 뜨거운 여름에 짧은 생애를 슬퍼하며 짝을 찾도록 울어대는 매미로 말미암아 노래와 시상을 선물하고 이 자연의 신비함을 더하는 매미떼를 즐기면서 한여름을 여유롭게 즐기자.

<홍희경 / 극동방송 미동부 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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