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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로 세상이…지상 최고점에 올라선 듯

2021-06-04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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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Baldy ( 10,064’) - South Course

구름 아래로 세상이…지상 최고점에 올라선 듯

장대한 소나무들을 지나는 청량한 등산길.

구름 아래로 세상이…지상 최고점에 올라선 듯

온통 구름에 잠긴 산아래 인간세상의 모습.


구름 아래로 세상이…지상 최고점에 올라선 듯

정상을 향한 마지막 가파른 경사길.


우리 LA 지역의 열성적인 등산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오르는 산은 아마도 Mt. Baldy 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코스라면 아마도 South Course 인 Baldy Bowl Trail 일 것이다. Manker Flats 에서 출발하여, San Antonio폭포 앞에서 길을 꺾어 돌고 차도를 따라가다가, 가파른 산길로 들어서서 Ski Hut 을 지나고, Baldy Bowl 을 건넌 후, Ridge 를 통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로, Ski Hut Trail 이라고도 부르는 루트이다.

편도 4.5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가 3904‘로, 왕복 약 7시간 내외가 소요되는 꽤 급한 경사의 코스인데, 이를 개략적이나마 주요 구간별로 거리와 고도를 살펴보면,

1. Manker Flats(6160’)의 차량통제 게이트에서 폭포 앞길까지가 0.6마일이고


2. 차도를 벗어나는 Trailhead까지가 0.9마일이며

3. 1937년에 건립된 Sierra Club 의 Ski Hut(8,300’)까지는 2.6마일이고

4. Baldy Bowl 을 지나서 올라서게 되는 볼디의 남쪽 Ridge 까지가 3.5마일이며

5. 정상(10064‘)까지가 4.5마일이다.

필자가 경험하는 등산소요시간으로는, 게이트에서 Ski Hut 까지가, 게이트에서 정상까지의 소요시간의 거의 정확히 반이 되는데, 순등반고도로는 전반부의 Ski Hut 까지가 2.6마일에 2,140‘, 다시 후반부의 정상까지가 1.9마일에 1,764’ 이다. 그렇다면 후반부 구간이 거리로나 순등반고도로나 전반부 구간에 비해 짧고 낮은데 왜 시간이 똑같이 걸리는 걸까? 아마도 전반코스는 처음의 0.9마일이 걷기에 쉬운 차도구간인 점과, 후반코스는 고도 자체가 높기 때문에 걷기에 다소 힘이 더 들어서 그렇지 않을까 추측한다.

모든 고산이 다 그렇듯 이 Mt. Baldy 도 정상의 일기는 수시로 급변하는 경향이 있으니, 가능한 한 오전 중에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일찍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산이 크고 험하니 필요한 등산장비를 잘 갖추고, 반드시 이 코스를 잘 아는 사람과 팀을 이루어 가야한다.

필자 나름대로 이 코스의 특징을 꼽아본다.


첫째, 거리가 길지 않은 대신 경사가 가파르다. 특히 차량도로구간 0.9마일을 뺀 순 등산로 3.6마일로만 보면 마일당 1000‘가 넘는 가파른 코스이다.

둘째, 깜깜한 새벽부터 이 코스로의 등산객이 끊이지 않아, 때로 혼자서 산행에 나서더라도 그다지 호젓하진 않다. 그렇더라도 이 코스에 아주 익숙한 하이커가 아니라면, 또는 눈이 쌓여있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혼자서 하는 산행은 절대 금물이다.

셋째, 년중 내내 등산하기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코스지만, 특히 겨울철 적설기에도 설경을 즐기려는 등산인들이 적지 않다.

넷째, 가파른 코스라서 힘은 들지만 거리가 짧아, 걸음이 빠른 사람들은 4~5시간 내외로 왕복산행이 가능하여, 운동효과가 큰 고산 산행을 반나절로 끝낼 수가 있으므로, 시간이 빠듯한 경우의 열성 하이커들이 즐겨 찾는다.

다섯째, Mt. Baldy 를 오르는 동서남북의 네 경로 중 동쪽 코스에 이어 2번째로 쉬워, ‘중급’ 코스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가는 길

Fwy 210 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Claremont 시의 Baseline Road 의 출구로 나온다. Baseline에서 좌회전하여 한 블록을 가면, Padua Ave 가 되고 여기서 우회전하여 북쪽으로 1.7마일을 가면 신호등이 있는 Mt. Baldy Road 가 된다. 여기서 다시 우측으로 7.2마일을 가면 Mt. Baldy Village 에 이른다. 계속 2마일을 더 가면 길이 왼쪽으로 직각으로 꺾이며 지그재그로 경사진 길을 오르게 된다. 대략 3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캠프그라운드가 있다. 계속 0.3마일쯤을 직진하면 왼쪽으로 차량통제게이트 겸 등산로입구가 보인다. 이곳은 1800년대 말에 노새몰이꾼이었던 Fletcher Manker 가 가게를 냈던 곳이어서, Manker Flats 이라고 불리우는 곳이다. 인근의 도로변에 안전하게 주차한다. Adventure Pass 를 잘 걸어 놓는다.

등산코스

북쪽으로 있는 차량통제 게이트를 지나서 포장도로를 따라 0.6마일을 가면, 정면으로 100m 쯤의 거리에, 다단계로 떨어지는 물줄기중에 맨 아래의 물줄기의 낙차가 75‘가 된다는 San Antonio 폭포가 보인다. 이 폭포의 물이 흐르는 개울과 계곡이, 위쪽의 Ski Hut 부근에서 발원하는 San Antonio Creek 이고 San Antonio Canyon 이다. Icehouse Canyon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합쳐지며, 강우량이 많아 여분의 물이 있을 때에는 종국엔 Santa Ana River 에 합류된 후, Huntington Beach 를 통하여 태평양에 유입되어진다. 눈이 녹는 봄철에는 유수량이 많아 낙숫물소리가 이곳 차도에서도 크게 들린다.

여기서 길이 오른쪽으로 바짝 꺾이며 비포장도로가 되는데 이를 따라 0.3마일을 더 가면 왼쪽으로 갈라져서 산을 타고 올라가는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온다. 흙과 돌부스러기들이 뒤섞인 거친 비탈을 올라서면 곧 잘 닦인 등산로로 변하며, 100m 정도를 나아가면 등산인 스스로가 자신의 산행계획의 개요를 기입해 둘 수 있는 등산인 등록부가 비치되어있는 곳이 나온다. 가끔씩 조난자가 발생하는 험산이기에 그러한 경우의 구조활동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생명보험을 드는 셈이니, 비치된 서식에 의거 산행내용을 성실히 기록해 두자!

이제부터 Ski Hut 까지의 1.6마일구간은 계속 북쪽을 향하여 올라가게 된다. 정면으로 멀리 Baldy 주봉 바로 아래의 남쪽 부분이 하얗게 보인다. 등산로 왼쪽은 폭포의 상류인 San Antonio Canyon 의 깊은 골짜기이고, 오른쪽은,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시에라클럽의 회장을 역임했던 Aurelia Squire Harwood(1865~1928)를 기념하여 헌정된 Mt. Harwood(9552’)의 서남쪽 아랫부분이 된다.

고도가 올라 갈수록 Jeffrey Pine 의 수가 늘어나고 키도 커진다. 이윽고 눈앞으로 산중턱에 녹색의 작은 건물이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오목한 사발(Bowl)같은 지형이라 하여 Baldy Bowl 이라고 부르는 곳의 동쪽 밑 부분이면서, San Antonio Creek 의 발원지 부근이 되는 가파른 산중턱에, 시에라클럽에서 1937년에 건립한 Ski Hut 으로, 개울의 물을 파이프로 끌어들이는 상수도와 화장실(별관)이 있고, 16명이 잠을 잘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데, 낮 동안의 이용에는 1 의 헌금이 권장되며, 야간이용은 20 을 부담토록 하고 있다

대개의 하이커들은 이곳의 건물 바깥에 설치되어 있는 벤치 등에서 잠시 쉬어간다. 북쪽으로 바로 위에는 Baldy Bowl 의 급사면이 웅장하고, 남서쪽으로 바로 아래는, 일년 내내 개울물이 흘러내리는 San Antonio Canyon 이 푸르름이 싱그럽기만 한데, 계절에 따라서는 Creek 주위가 온통 울긋불긋 화려한 들꽃세상이 되어 지기도 한다.

이젠 큰 바위덩이들이 얼기설기 깔려있는, 그래서 넓은 바위 밭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듯한 곳을, 때때로 바위와 바위를 건너뛰기도 하면서 통과한다. Baldy Bowl 의 아랫부분이다. 오른쪽은 Baldy 주봉의 한쪽면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무너져 내리고있는 Baldy Bowl 의 북쪽면으로서 가파른 장관을 이루고 있다. 눈이 많을 때에는 저 급경사면에도 눈이 고여 쌓이게 되니, 도전적인 하이커들은 직접 절벽같이 가파른 비탈을 오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물론 크렘폰과 아이스엑스 등 필요한 장비를 잘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필자는 초심자의 경우에 이곳 직벽으로의 등반은 적극 말리고 싶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보던 것 보다는 훨씬 더 가파른 경사로 체감되며,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다소 단축될 수 있지만, 소요시간은 오히려 더 걸리는 편이다. 흔히 쓰는 말을 빌리자면, ‘별것 아닌 일에 목숨을 거는 러시안 룰렛게임은 하지말자‘이다.

이 바위밭을 지나면 곧 볼디의 남쪽줄기 위로 오르는 가파른 구간이 나오는데, 다행히 거리가 0.4 마일이 될까 말까 할 만큼 짧아서 크게 힘들지는 않다.

남쪽 줄기에 올라서면 주봉으로 가는 길은 우측이 된다. 처음 몇 분 동안은 완만하나 곧 다시 가팔라진다. 오르다 보면 주등산로가 어떤 것인지 분명치 않고 이쪽 저쪽 여러 갈래로 발자취가 나뉜다. 가파른데다가 흙이 무르니, 정비된 등산로가 그대로 남아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러 갈래의 길이 결국엔 다 만나게 되니 어느 길도 괜찮으나, 가능하면 오른쪽 산줄기의 높은 쪽으로 난 길을 따르는 것이 무난하다. 계속 왼쪽으로만 가다보면 주봉과 방향이 어긋나게 되고, 자칫하면 길을 잃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 때문에 결국 조난에 까지 이어진 사례들이 있었다고 한다. Baldy Bowl Trail 이라는 작은 이정표를 만나게 되면 그곳이 주 등산로라고 알면 되겠고, 여기서 부터는 반드시 오른쪽으로 오르면서 줄기를 타는 게 좋다. 이정표를 못 보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길을 찾기가 혼란스러우면, 잠시 다른 하이커를 기다렸다가 그를 따라 가는 것도 바람직 하다.

그리 크지 않은 2개의 봉우리를 넘어서면 잠시 평평한 지대가 되고 오른쪽으로 잘생긴 소나무들이 드문드문 서있는 운치있는 평활한 공터가 나온다. 정상에 바람이 심할 때는 이곳에 내려와서 점심을 먹으며 휴식할 만한 곳으로, 필자는 이곳을 ‘Pine Grove’라 부른다.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100여 m 를 가면 몸이 오싹하는 낭떠러지가 되는데, 발아래로 아슬아슬하게 전개되는 이 Baldy Bowl 의 무섭고도 짜릿한 절경을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0.5마일쯤 뒤의 정상을 향해, 급경사는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지속되는 경사로를 오르게 된다. 곧 고도 9500‘ 이상의 Sub-Alpine Zone 으로 수목이 적거나 거의 없는 지대에 들어서는데, 이때부터 일부 사람들은 다리가 쉬 피곤해지고 어지럽거나 메시꺼움을 느끼는 등의 고소증세를 경험하기도 한다. 서두르지 말고 쉬엄쉬엄 천천히 걷는다.

드디어 먼저 오른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거나 서서, 등정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정상이, 저만큼 앞으로 보인다. 힘들게 옮기는 걸음걸음이라, 가까운 거리지만 가깝지 않다. 마침내 정상에 선다. 동서남북이 탁 트여있고 모두가 눈 아래니, 지상의 최고점에 올라선 것 같다.

정상의 땅바닥에 박힌 묵직한 동판이 우리를 환대해 준다. “SAN ANTONIO ‘Mt. BALDY’ ELEV 10064’ “-우리의 노고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려고, 폭풍한설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상표지판에, 무릎을 꿇고 가쁜 숨을 견디며 입맞춤으로 절을 한다. “천지현황 우주홍황! 하늘과 땅이여, 크고 아름다운 하늘 땅이여, 아름답습니다!” 천지는 ‘불인’일지는 모르나, 그러나 천지는 대단히 아름답다.

주변 모든 사람들의 표정 역시 아름답고도 밝다. 온전히 제 힘으로 한발 한발 힘들여 이 곳에 오른 뿌듯함이 있어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옆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사방에 보이는 원근 산들의 이름을 알아가며, 정상의 환상적인 경개를 즐기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산할 땐, 바위가 거칠고, 바닥 흙이 쉽게 밀리고 경사도 급하니, 차분히 조심스레 걷도록 한다. 등산사고는 대개 하산시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겠다. 행여 길을 잃지 않도록, 다른 등산인들과 멀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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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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