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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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혐오의 교훈

2021-05-31 (월) 배광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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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이곳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시안 증오범죄에 한인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아들은 자주 전화를 걸어 아시안, 특히 노인이 표적이 되니 절대로 혼자 다니지 말라, 주변을 살피고 조심하라는 말을 어린아이 타이르듯 한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인종갈등 특히 흑백갈등은 숙명적이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로 최초의 이민 그룹인 백인이 영국의 식민시대부터 흑인을 노예로 거느렸다. 또한 아메리칸 인디언과 히스패닉을 열등 인종으로 박해했다. 미국이 비록 자유와 평등을 건국이념으로 건국했으나 인종 차별은 법적, 제도적으로 국가의 기본 틀이었다.

캔자스의 맥퍼슨 대학 사회과학부의 진구섭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 ‘누가 백인인가?’ 서문에서 “인종과 인종주의는 미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혹 누가 미국과 미국인을 아는데 가장 중요한 게 뭐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인종이라고 콕 집어 말할 것이다”고 적고 있다. 인종주의는 한마디로 말해 백인우월주의다. 건국 이래 이어온 백인우월주의는 그간 민권운동 등 많은 저항을 받았다. 현대에는 법적으로나 제도 관행에 있어서도 불법이 됐으나 백인들에게는 그런 유전자가 아직도 살아 내려오고 있다. 아시아계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한다.


나는 1988년 말에 미국에 와서 1992년 4월 ‘로드니 킹 사건’으로 폭발한 LA 폭동을 체험했다. 그 사건은 분명히 백인 경찰의 흑인 학대로 빚은 흑백 갈등이었다. 그런데 흑인의 폭동은 백인에 대한 보복이 아니고 한인타운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때 우리 한인사회는 백인들에게 차별의 대상이었지만 흑인들에게도 증오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한인들은 돈만 알고 타민족을 배척하는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었다. 한인들은 흑인들을 원천적으로 기피했고 심지어 대다수의 비즈니스 업주들은 그들을 잠재적 범인 취급을 했다. 로드니 킹 사건 이전 두순자씨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얼마 전 한인타운과 겹쳐지는 지역에 리틀 방글라데시를 추진하려하자 한인들이 심하게 반대했다. 한국에 살 때에 느낀 일이었지만 한국인들은 타민족이나 외국인들을 근거 없이 비하하고 배척한다. 이웃 중국이나 일본인들을 ‘놈’자를 붙여 부르거나 저속한 별명을 붙여 불렀다. 지금도 결혼 이주 여성이나 동남아나 중국에서 온 근로자들을 멸시하고 푸대접한다. 우리 한인들의 오랜 타민족 하대 관행은 백인의 인종차별이나 다를 바 없다.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도 목소리를 높여 규탄해야하겠다.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나 히스패닉계 그리고 같은 아시아계 아메리칸 등을 가릴 것 없이 이들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서로 돕고 연대하는 일에 힘써야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아시안 혐오를 없애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배광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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