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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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북한이 답할 차례다

2021-05-26 (수)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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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27일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북미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렸었다. 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이며 완전히 해체하고 미국은 이에 상응해서 5건의 제재조치를 중단한다는 합의가 돼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의석상에서 존 볼턴 보좌관이 영변 이외 다른 지역의 살상무기까지 모두 폐기해야 된다는 추가 제안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탄핵과 관련한 국내 문제로 볼턴의 제안에 느닷없이 동의하면서 하노이 회담은 결렬된 것이다.

북한의 핵 시설을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는 핵 과학자 헤커 박사는 영변은 북한의 핵심시설이어서 만약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해체한다면 북한은 결코 다시는 플루토늄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 그때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받지 않은 것에 몹시 아쉬움을 표시했다. 북한 측으로 봐서도 평양에서 2,500마일의 장거리를 사흘 동안 기차를 타고 달려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자들의 허탈감이 얼마나 컸을 것인지 이해가 간다.

4.27 판문점 선언 등을 만들어가며 북미 협상을 견인해왔던 한국 정부도 크게 실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 측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대화 살리기에 공을 들였지만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의 유불리로만 판단했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 진전도 부정적으로 봤고 북한은 아예 돌아앉아 버렸기 때문에 북미회담은 장기간 휴지기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이미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트럼프의 일괄타결’도 아닌 단계적 접근이라는 것이 발표된 바 있었다.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양국이 이루어나가야 할 공동의 과제라면서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과거의 합의를 토대로 외교적 방법을 선택할 것이고 한국의 남북대화와 남북 간 협력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 바이든 정부로부터 ‘선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를 기대했던 북한이 다소 실망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대화에 나와야한다. 그동안 북한은 북미 간 소통이 막혔을 때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직후에도 자진해 남북 간 대화에는 나와 자기네 표현으로 ‘우리 민족끼리’를 이어나가야 했었다. 대북 전단문제만 해도 한국 정부가 국내 보수 야당과 미국 극우 인권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북전단 금지법까지 만들었는데 계속해 직통전화는 끊어놓은 채 도와주려는 한국을 비난만 하는 것은 이해 못할 처사다.

남과 북은 특수한 관계여서 적대성과 포용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래서 더욱 예의를 지켜야 하는 사이다. 한국의 통일부나 민간통일단체들은 이제 북한이 잘 못한 일이 있을 때 잘 못했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스스로의 자력갱생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고 중국에 100% 의존하는 일이 장차 어떤 후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북한이 잘 알 것이다. 북한은 ‘핵과 함께, 경제 병진 정책’이라는 미몽에서 벗어나 ‘비핵화, 경제 병진’으로 확실하게 노선을 바꾸어 남쪽과 손잡고 나가야 한다.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그 길만이 오늘 북한이 살고 민족이 영원히 사는 길이다.

북한은 외교적인 방법을 중시하는 미국 민주당 집권의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인권문제의 거론이 부담스럽겠지만 실제 그 수위는 한국정부가 조력해줄 것이다. 트럼프와도 다르고 오바마와도 다른 바이든 시대를 맞아 북한이 하기에 따라서는 20년 전 클린턴 정부 때 놓쳤던 ‘페리 프로세스’와 북미 수교 수준까지도 갈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독설도 어떤 도발도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와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기간 안에 결단하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이제는 북한이 답할 차례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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