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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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사리

2021-05-18 (화) 이현원 /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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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로 살았다
남처럼 꽃이라고 피웠건만
주위에서
호박꽃도 꽃이냐고 욕해도
그냥 천덕꾸러기로 살았다

평생 꽃을 안고 살다가
성깔 사나운 비바람에도 열매 맺어
몸집 남긴 육신
늦가을 된서리에도
풀죽지 않는
보름달 같은 한생의 흔적이다

보나 마나
속이 타서 새까매졌을 거라고
숨 멈추고 몸통 열어보니
씨앗 사리(舍利)가 노랑노랑 빛났다
어머니
어머니.

<이현원 /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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