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동명이인
2021-05-17 (월)
김홍식 은퇴의사 라구나우즈
내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어쩐지 나는 내 이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가는 곳마다에서 같은 이름 가진 동명이인을 만나고 있다. 그런 경우 항상 신경 쓰이는 것은 그로 인해 내가 피해보지 않을까 하는 것과 또 마찬가지로 나로 인해 그가 피해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의과대학생 시절 내내 그는 항상 우등생이어서 덩달아 내가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인식되어 덕을 보았었다. 졸업 후에도 나는 동창회 장학기금 낸 일이 없는 데도 그로 인해 납부자 명단에는 상당한 거액을 낸 사람으로 지금도 내 이름이 올라있다.
이 지역에서 개업하는 동안에도 같은 이름에다가 전공과목도 같은 의사가 있었다. 또 각기 다른 신문이긴 하지만 똑같이 가끔씩 글을 기고하는데 그 분의 글이 나가고 난 다음에는 감명 깊게 읽었노라고 내게 칭찬의 연락이 오기도 한다.
어느 날 일부러 찾아가 그를 만나 보았는데 다행히도 환자들로부터 평판도 좋고 인품도 나보다 좋아 내가 역시 덕을 보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양로원에 계셨던 어머니의 주치의가 되어달라 부탁하여 도움을 받기도 했었다.
이곳에 이사 오니 또 같은 이름을 가진 분이 있어 다시 조심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내가 덕을 보며 살아왔는데 나로 인해 상대방들은 어땠을지 늘 궁금하고, 나로 인해 엉뚱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늘 조심하게 된다.
개인의 경우가 그러하듯이 단체 동명이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 한 사람의 몸가짐에 따라 내 민족 내 종교 내 고향 내 출신교 전체가 욕을 먹게 될 수도 있고 칭찬을 듣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우리 한국인들은 특정 개인과 집단을 구별 못하고 그가 속한 종교, 출신학교, 출신지역 등과 쉽게 동일시하여 편 가르기 하며 집단 전체를 싸잡아 정죄하는 문제가 유독이 심하니 말이다.
그러기에 나는 나 개인일 뿐이라고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되고, 내 의도와 상관없이 항상 어느 단체 전체를 대표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해외에 사는 우리는 그들 눈에는 ‘한국인’이라는 하나의 이름뿐이다. 나 하나의 몸가짐이 조국 대한민국과 한국인 전체에 영향 미치는 주미 대사임을 항상 잊지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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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은퇴의사 라구나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