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장애물을 보는가, 길을 보는가?
2024-11-27 (수)
박정환 로마린다대학교 보건학박사
청어는 영국인이 사랑하는 고급 어종이지만 먼 북해에서 잡혀 오는 동안 대부분 죽어 버리기 때문에 싱싱한 청어는 몇배 비싸게 팔렸다. 어부들은 청어를 살려서 운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한 어부의 청어만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 있었다. 그 비밀은 수조에 물메기를 함께 넣는 것이었다. 물메기는 청어 몇 마리를 잡아 먹고, 나머지 청어들은 끊임없이 도망치다 보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도전이 생명체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청어의 법칙’을 역사학자 토인비는 자주 인용했다. 그의 명저 <역사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며, 편안한 환경이 아닌 가혹한 환경에서 문명이 더욱 발전하였다.
우리는 역경없이 평탄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없으면 좋을까?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바이오스피어 2 시설은 생명체 작용과 우주에서의 생존 가능성 연구를 위해 건설되었다. 대형 유리 돔 안에는 정화된 공기, 물, 토양, 여과된 빛으로 완벽한 생육 조건을 제공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무들이 잘 자라다가 완전히 성숙하기 전에 쓰러지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당혹해 하면서 그 원인을 찾았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바람이었다!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서 강해지도록 만들고 바람이 없으면 약해지고 빨리 죽게 된다. 도전이 없는 민족과 기업이 무사안일에 빠져 미래의 어려움을 대비하지 못해 사라진 것처럼 개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물결 속에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다. 이는 높은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심한 삶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이런 사회에서 역경을 잘 극복해 나가지 못하면 행복할 수도 건강할 수도 없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폴 스톨츠 박사는, “21세기 들어 지능지수 보다는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The Gift of Failure (실패의 선물)’의 저자 제시카 라헤는 교사로서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말한다. “현대의 양육은 전례없이 자녀를 간섭하고 과잉보호한다. 그들은 자녀들이 실패를 경험할 기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주지 않는다. 자녀는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여 실패하였을 때, 좌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되고 만다.”
부모는 자녀에게 도전하고 실패할 기회를 선물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상록을 지은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행동에 장애물이 되는 것이 행동을 진전시킨다. 방해가 되는 것이 길이 된다”고 하였다. 우리가 역경을 걸림돌로 보지 않고 디딤돌로 본다면 어떨까? 그 결과는 180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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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로마린다대학교 보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