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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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맞으며

2021-05-17 (월)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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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왁의 한 월그린 약국 매장에서 백신을 맞으면서 느낀 심정은 한마디로 깊은 안도감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백신접종의 기회를 미처 갖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여러 지인들의 얼굴이 한사람 한사람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간 하루도 코비드-19 바이러스 감염의 공포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1년 전 팬데믹으로 세탁소 매출이 형편없이 줄어들자 우체국 직원 모집에 지원했고 요행 합격이 되어 70이 한참 넘은 나이에 우체국에 다니게 되었다.


우체국 내근 직은 실내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근거리에서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애당초 실천할 수가 없었다. 커다란 창고같은 우편물 처리 작업장은 냉난방을 위한 공조시설이 돌아가고 있고 직원들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우편물들을 일일이 만지면서 작업해야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근무하는 중부 뉴저지 중소도시의 우체국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이미 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들었다.

그 후 1년간 또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감염되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마치 목숨을 건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이 상황에서 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스크 쓰기와 손 자주 씻기 밖에 없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우체국에서 입었던 겉옷은 거실에 들이지 않기 위해 현관에서 벗어놓았다 빨아 입었고 속옷도 바로 벗어 빨았다. 집에 들어오는 즉시 샤워를 하고 창문을 열어놓아 환기를 시켰다. 지갑과 셀폰, 볼펜 등 몸에 지녔던 소지품들은 일일이 알코올 티슈로 닦아냈고 문손잡이, 전화기, 리모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내 손이 닿는 곳은 모두 알코올 티슈로 소독해서 행여 가족들에게 바이러스가 옮길 새라 조심조심 하였다.

그러던 차에 백신 개발 소식은 어둠 속의 한줄기 밝은 빛과 같은 낭보였다. 그러나 막상 온라인에 들어가 보면 모든 장소가 예약 매진이었고, 일 때문에 종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예약 장소를 찾는 일 또한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오하이오 사는 여동생이 대학교수 직에서 은퇴하고 시간이 남는다면서 하루에 수십 번씩 웹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한 후 어렵사리 오빠와 올케의 접종 날짜를 받아주었다.

미국은 머지않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맞게 될 것이라 한다. 하루 빨리 집단면역이 생겨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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