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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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통해 받는 선물

2021-05-15 (토) 서기영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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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월요일 아침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들, 일어나라. 요세미티 가야지.” 전날 해준 요세미티 당일치기 여행을 할 거라는 말을 기억하고 아들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물 몇 병을 챙겨서 자동차를 타고 어두컴컴한 도시들과 농장들 사이의 고속도로를 달려 온 세상을 밝게 비추며 뜨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산길에 접어들었다. 3시간 반을 달려 드디어 요세미티 빌리지에 도착했다.

예전 같으면 학교에 등교하는 시간,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 중인 아들은 요세미티 빌리지 식당 앞에 컴퓨터를 펴고 수업을 시작했다. 배우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아들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수업을 할 때면 수십 번을 언제 끝나느냐고, 너무 어렵다고 보챘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 졸릴 만도 한데 아들은 테이블에 앉아 열심히 수학공부, 영어공부 그리고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 주변의 큰 나무들을 보여주며 하루의 수업을 기분 좋게 마쳤다. 요세미티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하이킹을 시작했다. 봄에 보는 요세미티의 폭포들은 정말 장관이다. 그리고 파릇파릇 봄 새싹들이 돋아나는 목초지와 새롭게 잎이 돋아나는 나무들은 컴퓨터와 함께하는 일상에 지친 우리의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세미티,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빙하가 만들어낸 계곡과 큰 바위들은 자연의 긴긴 시간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가족이 요세미티를 좋아한 지는 십년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그곳 사랑이 남들 보기에는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며칠을 머무는 것도 아니고 좋은 곳에 묵으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당일치기나 하루 이틀 캠핑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요세미티에 가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단지 산에 가서 등산을 하고 신선한 공기와 멋진 풍경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가진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매번 그곳을 찾을 때면 늘 변화를 느낀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눈을 들어 산을 볼 때마다 반으로 깎아 놓은 거대한 바위를 만드신 분이 나도 만드셨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복잡하고 지친 삶의 생각들을 지우고 우리 영혼의 회복이라는 자연을 통해 받는 선물을 얻을 수 있다.

<서기영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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