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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詩고 詩가 삶이었던 시인”

2021-05-11 (화) 백순 / 박사(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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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순 박사의 최연홍 유고 시집 ‘비단길’ 서평

“삶이 詩고 詩가 삶이었던 시인”

고 최연홍 시인의 마지막 시집 ‘비단길’.

지난해 췌장암이 발병해 올해 1월 갑자기 소천한 최연홍 시인의 마지막 시집 ‘비단길’을 얼마 전 그의 미망인으로부터 받았다. 책을 읽으며 최연홍 시인의 시세계를 새롭게 묵상하게 됐다.
외가 쪽으로 먼 친척이며 고등학교 후배로 어릴 적부터 그의 시세계를 접해온 그의 선배로서 최 시인은 한국의 시인이요, 미주한인의 시인이며 ‘시인 중의 시인’이라고 지칭해 왔다.
시인 중의 시인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그의 마지막 시집 ‘비단길’은 ‘삶이 시이고 시가 삶인 최연홍’을 여실히 드러내는 시집임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의 마지막 시집은 제 1부 친구 30편, 제 2부 비단길 30편, 제 3부 오늘을 노래함 26편 등 총 86편이 수록돼 있다. 그의 시를 음미하다 보면 ‘삶이 시이고 시가 삶’인 삶을 3부류로 읊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시가 삶인 3부류의 삶이란 크게 나누어 ‘인간관계의 삶’과 ‘역사와 자연의 삶’ 그리고 ‘영혼의 삶’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최시인의 3부류의 시적 삶을 그의 시를 통해 음미해 보고자 한다.

제 1부의 30편의 시는 그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우정인간관계의 삶을 음유형상화하고 있다. 최 시인이 1990년에 창립한 워싱턴문인회의 모든 문인들이 친구이고, 40년 만에 만난 채희철 선배도, 그리고 그가 시로 읊은 선후배들, 모두 친구로서, 우정의 인간관계를 빼어 놀 수 없는 삶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제 2부 비단길 30편의 시는 인간의 역사와 자연의 섭리를 내용으로 하는 역사와 자연의 삶을 음유형상화하고 있다.
비단길은 인간역사에서 동과 서를 잇는 문명의 길이지만, 자연이 만들어 놓은 모래산 등고선이 있음으로 가증했던 자연의 섭리를 읊고 있다. 더 나아가 낙엽과 물고기마냥 하류로 떠내려가야 하는 자연의 섭리에서 자연의 섭리가 보여주는 삶의 모습을 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제 3부 오늘을 노래함 속의 26편의 시는 인간의 궁극적인 삶인 영혼의 삶을 음유형상화하고 있다. ‘여기가 이 순간이 천국이야/ 나는 지금 오늘을 지탱하고 싶네/더 큰 욕망도 없고/ 더 큰 욕심도 없고/ 이것이 나의 시경이고/ 이것이 나의 얘기이고/ 이것이 나의 논어이고/ 이것이 나의 중용일세’ (시 ‘오늘을 노래함’ 중에서)

이처럼 인간의 궁극적인 삶인 영혼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영혼의 삶을 영원과 통하는 지금의 삶과 ‘시인의 아내’에서 처럼 시로서도 감히 읊을 수 없는 아내가 있는 가정의 삶으로 터득하고, 영혼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삶이 시이고 시가 삶인 최연홍의 마지막 시집 ‘비단길’은 우정인간관계의 삶과 인간역사와 자연섭리의 삶, 그리고 인간의 궁극적인 삶인 영혼의 삶을 음유형상화한 시집이라 정의할 수 있다.

<백순 / 박사(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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