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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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줍시다, 밥이 됩시다

2021-05-11 (화) 김범수 목사, 워싱턴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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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는 말이 있다. 또 “밥먹고 합시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살려고 먹느냐? 먹으려고 사느냐?는 단순한 질문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정의가 아니다.
사는 것은 먹는 것이고, 먹는 것은 곧 사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먹는다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먹지 않는 것이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라는 말처럼 사는동안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알고 보면 인생은 먹는 것이다. 먹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은 먹게 되어 있다. 신문이나 방송의 프로그램을 보면 요즘 ‘먹방’으로 가득차 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한국은 음식의 나라이다.
특히 짜고, 맵고, 자극적이고, 구수하고, 얼큰하고, 시원하고, 담백한 그 맛을 어느 나라의 음식이 따라오겠는가?
물론 각 나라의 음식은 고유의 독특한 맛이 있겠지만 우리 한국 사람의 삶이 그렇듯이 입에 다양한 맛이 담겨 있는 한국의 음식은 정말로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음식이고 고향인 것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나니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로다.(전도서2:24)
먹을 것이 많은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의외로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픈 사람들이 있다. 먹을 것도 먹을 것이지만 삶의 형편이 여의치 못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COVID-19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이곳저곳에서 손을 내밀어 배고픈 사람들을 향한 사랑의 나눔을 보여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가 먹을 밥만이 아니라 배고픈 다른 사람들의 배고픔을 위해 밥을 지어 주는 사람이다.


극도의 한계를 느낀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 따뜻한 국에 밥 한 그릇, 물 한 그릇이 얼마나 큰 힘과 용기가 되는지 모른다. 우리는 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너도나도 밥 한 그릇, 밥 한 숟가락을 내어놓는다면 더 많은 밥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웃는 따뜻한 밥상공동체가 될 것이다.
밥에 얽힌 말 중에 호랑이 입에 먹이감이 된 위기상황을 ‘호구잡히다’라는 말로 한다. 호랑이 입에 먹이니 호랑이에게는 쉽지만 잡히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위기이겠는가? 이런 상황을 바둑에서도 호구라고 하는데 석 점이 잡히고 나머지 한 쪽만 열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실 호구는 회생할 수 없는 절대적인 어려움과 약함의 상태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이것이 밥과 연결되어서 “밥이 되었다” “너는 내 밥이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남에게 밥이 되고, 호구가 되는 것은 참 수치스러운 일이다. 상대에게 쉬운 먹이감 밥처럼 되는 대상이 되니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다. 성경은 말씀한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네 왼편도 돌려 대며”(마태복음5:39)

남에게 밥이 되어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늘 손해를 보고, 늘 피해를 보고, 늘 무시를 당하니 얼마나 속이 상하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지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고,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다.
호랑이는 사슴을 잡아 먹지만 호랑이보다 사슴이 더 번식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잡히지만 줄어들지 않는 사슴의 번성함! 그것이 세상을 이기는 밥이 되는 비결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깊은 도량!, 남에게 쉬워 보일 정도로 밥이 되는 아량! 이것이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결국에는 승리하는 지혜인 것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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