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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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 거룩한 이름!

2021-05-07 (금) 김병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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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모든 어머니는 거룩하다. 어머니는 왜 거룩한가? 어머니가 거룩한 것은 생명을 출산하기 때문이다. 생명을 출산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머니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물론 인위적인 관계의 필연성 때문에 어머니라고 불릴 수는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스토리 가운데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리고 새 여인과 살면서 그분을 어머니라고 부르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분도 어머니다. 그렇지만 나를 고통 속에 온몸으로 낳아준 어머니와 나의 생명을 출산하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은 어머니와는 근본적으로 뉘앙스는 다르다.

예를 들어 친구의 어머니와 나의 어머니가 같은 뉘앙스를 풍기던가? 아니다. 어머니는 생명을 출산한 자의 이름이다. 생명은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생명은 귀하고 거룩하다. 귀하고 거룩한 생명을 출산하는 어머니가 어떻게 거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머니의 어머니됨, 그것이 곧 거룩함의 증거이다. 거룩한 어머니가 생명을 출산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출산함으로써 어머니는 거룩해진다.


어머니가 거룩한 또 하나의 이유는 고통의 가치 때문이다. 생명이 거룩하기도 하지만, 그 생명의 출산에서 겪는 고통의 가치 때문에 어머니는 거룩하다. 목숨을 담보하고 생명을 출산하는 고통의 행위는 어머니를 거룩함이라는 빛으로 휘감는다. 사실 아픔 없이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고통 없이 무슨 의미 있는 일이 창조될 수 있겠는가? 어머니의 출산의 고통은 거룩한 고통이다.

흔히 말하기를 고통에 대한 무감각, 불감증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질병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참아내기 힘든 아픔이 아니라, 그런 아픔을 느낄 수 없는 불감증이다. 아픔을 느끼는 한, 고통을 호소하는 한, 그 사람에게는 구원에 대한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시대를 향해 죄와 악에 대한 불감증의 시대라고 진단하는 목소리가 많다. 죄에 대해 너무 관대해지고, 악에 대하여 지나치게 무신경해져 버린 것에 대한 경계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목마르다’라고 외쳤다.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추종자들은 도망가 버리고, 박해자들은 채찍질을 하고 침을 뱉고, 하나님 아버지조차도 끝끝내 침묵해버린 그 절대고독의 시간 속에 홀로 서서 얼마나 아팠을까?

그러나 그 고백 이후에 예수는 비로소 말했다. ‘다 이루었다’고. 누구도 그 ‘목마름’의 길을 거치지 않고 다 ‘이룸’에 이를 수 없듯이, 어머니의 고통은 오늘 우리들의 현존이라는 열매이다.

어머니! 그 이름 속에 들어있는 눈물, 고통, 희생과 사랑, 목마름의 의미가 오늘따라 진하게 전해져온다. 어머니, 해피 마더스 데이!

<김병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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