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국적법, 개정안도 불합리하다
2021-05-07 (금)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에게 불합리하게 작용해온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는 과연 언제 합리적으로 개정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한국 법무부가 내놓은 개정안이 근본적 문제의 해결 없이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는 비난이 미주 한인사회에서 들끓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도 신설’ 방안은 가뜩이나 비현실적인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까다롭게 만드는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현행 국적법에 따라 정해진 기간 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못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예외적으로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 출생 복수국적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구제조치로서, 국적법의 근본적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불이익이 생겼을 때 어필하라는 불확실한 사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상당수의 한인 2~3세들은 이른바 ‘홍준표 법’으로 불리는 국적법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새에 복수국적자로 분류돼 한국의 병역의무가 부과되었고, 이중국적으로 인해 미국에서 군 입대나 공무원 임용, 정계 진출 등에 걸림돌이 되는 피해를 입어왔다. 문제는 아직도 대부분의 한인 2세들이 자신이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은 물론 국적이탈 절차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본인 책임이 아닌 사유로 국적이탈을 못함으로써 불이익을 받게 될 때에야 이탈 신청을 하면 이를 개별적으로 심사해서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개정안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사후 땜질식으로 해결하겠다는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헌법재판소에 이 문제를 제기, 지난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낸 전종준 변호사는 원정출산이 아닌 경우 연령에 상관없이 언제든 국적이탈이 가능하도록 만듦으로써 2세들의 미국 내 공직 진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국회는 내년 9월30일까지 새 법안을 만들어야한다. 국회는 해외 한인들의 현실을 반영한 근본적 해법이 담긴 개정법을 하루 빨리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