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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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우애를 버리지 말라

2021-05-05 (수) 한태일 / 목사 (가든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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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30년전 캘리포니아 주,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깊은 산길 여행 중 눈폭풍을 만나 길을 잃은 부부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끝내 죽고 말았다. 당시 75세의 남편 던캔과 68세의 아내 체니 부부의 시신은 자녀들의 노력 끝에 죽은 지 2개월 뒤에야 발견되었다.
그들이 타고 있던 차에는, 기름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차 안에서 체니 부인이 18일동안, 자신의 심경을 적어놓은 노트가 발견되었다. 그것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이 되고 말았다. 아래가 그들이 남긴 글 중 언론에 공개된 부분이다.
“1991년 3월 1일 금요일 오전 6시 30분, 이 아침 우리는 지금 아름다운 설경에 묻혀 있다. 길을 잘못 들어 눈 속에 묻히는 바람에 어젯밤 6시경부터 눈 속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밤에도 눈이 많이 내려 ‘한 자 높이' 정도의 눈이 더 쌓인 채 우리를 덮고 있다. 창문을 열 수도 없다. 손바닥을 무릎에 대고, 글을 쓰려니 글씨가 엉망이다.
이해해 다오. 애들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구나. 우리는 너희가 삶을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 ‘가족의 우애’를 절대로 저버리지 말아다오. 그리고 손자 손녀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다오.
어젯밤에 우리는 찬송을 부르며, 성경 읽기를 하면서, 잠깐씩 눈을 붙이며 지새웠다. 2시간마다 5분씩 차 엔진을 켜고, 히터를 틀어 몸을 녹였다. 우리는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완전히 하나님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오늘이 3일째이다! 아직 배고픔은 없다. 글로브 박스에서, 작은 젤리 봉지 두 개와 껌 하나를 찾아냈다. 나중을 위해, 이것들을 잘 두었다. 창문을 열고, 눈을 집어 먹고 있다. 3월 6일 수요일, 오늘 6일째 밤이 된다. 기름이 다 떨어져서 더 이상 히터를 켤 수가 없다.
3월 12일, 오늘은 눈 속에 갇힌 지 12일이 되었다. 한 모금의 물이, 한 입의 음식이 이렇게 귀한 줄을 다시는 잊지 않게 될 것이다. 나의 몸이 약해져 옴을 느낀다. 우리는 너희 모두를 진정 사랑했으며, 지금도 너희들을 사랑한다.
3월 18일, 18일째 된 오늘 저녁 7시 30분에 너희 아빠가 주님 곁으로 가셨다. 모든 것이 몹시 평온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것조차 몰랐다.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주님께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나도 곧 그의 뒤를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이제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앞이 잘 안 보인다. 잘들 있거라! 너희 모두를 정말 사랑한다!”
여기서 가장 인상 깊은 체니 부인의 말은 ‘가족의 우애를 절대로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남편과 아내의 사랑, 형제들의 사랑을 강조하는 믿음의 어머니, 믿음의 아내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렇다. 한 가족으로서 서로 사랑하며 화목하게 지낸다는 것은 하나님이 허락하는 가장 큰 복 중의 하나다.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며 말씀의 도를 따라 사는 믿음의 가정은 복이 있어서 남편이 아내를 잘 익은 포도처럼 맛보며 즐기고 사랑하며, 자녀들은 귀한 감람유를 생산하는 감람나무 열매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어쩌면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떠나서도 당연한 가족우애이다. 하지만 오늘날 세상이 악하여 부모와 자식이 원수가 되고, 부부가 헤어지며 원수가 되고, 형제 자매들이 원수가 되어 서로 미워하며 사는 가족이 얼마나 많은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머니 주일도 있다.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 있는 우리들은 더욱 가족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기를 바란다.

<한태일 / 목사 (가든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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