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20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영화계를 흔들더니 올해는 정이삭 감독의 독립영화 미나리가 또 한번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물론 감독상이나 작품상은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한국 영화 101년의 역사상 세계영화계를 대표하는 미국 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윤여정 배우가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이제는 세계의 중심으로 진일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나리라는 영화를 통해 미나리가 삶의 끈기와 인내, 어려운 가운데서도 끝까지 버텨내는 삶의 용기를 주는 그런 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미나리는 한인 이민가정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미국에 사는 우리 이민자들에게는 미나리 영화가 마치 우리의 이민 초기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동감하면서도 때로는 저럴 때도 있었다는 것을 추억하면서 또 다른 나만의 미나리 인생 영화를 되돌려 보는 기회가 되었다.
윤여정 배우가 여우 조연상을 받은 이유는 연기의 자연스러움과 더불어 그 역할이 바로 우리의 모습, 아니 세계인들 모두 각자 마다 가지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손자가 생각할 때 아무 것도 모르는 할머니, 그러나 할머니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은 할머니, 사랑으로 가족의 모든 아픔을 품어 주는 할머니, 그러면서도 역시 할머니는 할머니 같은 모습, 그 모습이 바로 우리 작고 작은 마나리 식물 인생의 모습이다.
고 이건희 회장의 재산이 26조이고, 재산 상속세를 자녀들이 12조를 내야 한다고 한다. 그 재산이 얼마인지 단지 숫자로만 헤아릴 뿐 실제로 그 돈의 액수가 얼마인지는 대부분 잘 모를 것이다. 우리는 너무 높은 것만 보고 살고, 큰 것만 기대하고 사는 것에 익숙해 있다. 모든 사람이 다 부자이고 다 잘사는 것만은 아니다.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가상화폐니 주식이니 하니까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재산을 불려가면서 사는 것같지만 사실 우리 삶은 미나리의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늘 ‘아메리칸 드림’을 가슴에 그리고 살고 있다. 그 꿈이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또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또 새로운 꿈을 세우고 살아간다.
그 꿈이 이루어질 때도 있지만 미나리처럼 모든 것이 다 불타고 없어져 남은 것이라고는 미나리 밖에 남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가족이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왔지만 남은 것은 하찮은 풀밖에 남지 않았을 때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있는가? 그것이 미나리 정신이다.
우리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훌륭하지 않았고, 많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만큼 여기까지 왔고, 오늘의 우리가 된 것이다. 우리는 미생이고, 또 기생충으로 살고 있다. 어쩌면 미나리조차도 우리에게는 분에 넘치는 축복일 수 있다.
이민 초기에 우리는 어떻게 살았는가? 그 때를 생각하고, 추억하면 고마울 뿐이다. 나를 도와 준 사람들, 내가 가서 처음으로 일한 곳, 울면서 버티고 참았던 그 세월들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
모든 것이 다 감사하고, 고맙고, 지금 어떤 형편에서도 늘 겸손하고 공손해야 해야 한다. 성경은 말씀한다. “너는 네가 애굽 땅에서 급속히 나왔음이니 이같이 행하여 너의 평생에 항상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온 날을 기억할 것이니라”
우리는 미나리 인생이다. 미나리의 추억을 기억해야 한다. 미나리가 아니고 설령 우리가 콩나물이라도 우리는 우리 인생을 버티고 또 버텨야 한다. 모든 것을 감사하고 고마워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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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목사, 워싱턴동산교회,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