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약국과 미국의 약국의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가 바로 약을 담는 방식이다. 지난주에 중년 남성이 약국에 오셔서 본인의 어머님의 약을 가져가시면서 “어머님께서 복용을 하시고 계신 약이 너무 많아요. 복용을 하시다 보면 헷갈려서 자주 빼먹습니다.”라고 말씀을 하고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처럼 약을 한 봉지에 담아서 같이 먹을 수 없냐고 여쭈어 보시는 것을 들었다.
미국의 소셜 시큐리티 즉 65세 이상의 메디케어의 혜택을 받고 계시는 미국 사람들의 평균적인 하루 복용 약의 숫자가 6가지인 것으로 발표가 된 것이 있다. 이것은 처방전 약만을 가지고 이야기 한 것이다.
그래서 보통 종합영양제 그리고 TV나 라디오에서 선전을 하는 건강 보조제까지 합치면 대략 하루에 9-10가지 종류의 약을 한 사람이 복용하는 것 같다. 특히 한국 분들 사이에서는 누가 먹어서 좋다더라고 소문이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복용을 하고 계셔서 하루 복용 약의 개수는 점점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그래서 나중에는 영양보조제를 복용하고 의사에게서 처방받은 약은 띄엄띄엄 복용을 하시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영양보조제나 건강보조제는 처방전 약을 대체 할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보면 거의 3개월에 한번 보는 본인의 의사 선생님보다도 친구의 말과 TV나 라디오의 약의 광고가 바로 옆에서 계속해서 반복하게 듣게 되어서 눈과 귀가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복용 약의 숫자가 늘어나게 되면 약을 정리를 해야지만 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두 가지 정도면 어떻게 정리를 할 수 있겠지만 대략 5가지를 넘어 가게 되면 신경 써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약을 복용하는 것을 잊어먹기 십상이다.
그러면 왜 미국은 한국에서처럼 여러 가지 약을 담아주지 않는 걸까?
사실 미국에서도 여러 가지 약을 담을 수가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규제가 많아서 약국에서 시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의 소재를 따지기가 워낙 어렵다.
그래서 일반 약국에서는 시행을 안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침에 먹는 약과 저녁에 먹는 약을 나누어서 담았는데 복용하시는 분께서 아침과 저녁을 바꾸어서 복용을 하셨을 경우, 또한 하루에 한 알씩 먹는 것도 있지만 1주일에 한 알을 복용을 하는 경우 다른 약과 섞여서는 안 되는 경우, 그리고 어린애들이 무심코 색깔이 여러 가지인 약을 호기심으로 뜯어서 먹는 경우 너무 여러 가지의 경우가 많아서 법이 어려운 미국에서 약을 한국에서처럼 한꺼번에 담아서 주지를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보통 약국에서는 1주일짜리 약통이 나와 있다. 크기에 따라서 다르지만 1주일마다 환자 본인이 따로 담아서 약을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1주일에 한번 따로 담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한 달에 한번 약국에서 약을 가져가시는 것도 힘들어 하시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약을 따로 담는 일은 더 힘들다고 하시는 분들을 많이 접한다.
한 가지 더 약을 같이 담을 경우 약의 상호작용에 의한 부작용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어떤 약들은 서로 다른 시간에 복용을 해야되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담을 경우 약의 부작용이 일어나서 몸을 더 해롭게 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약국에서 근무하다 보면 약을 많이 복용하는 것보다 약을 잊어버리고 복용을 안하는 경우를 훨씬 많이 본다.
문의 (703) 495-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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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윤 /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