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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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마이 프렌드 쇼~리

2021-04-26 (월) 전희자 / 볼티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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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을 길게 기른 “막” 할아버지는
키가 작은 나에게 짖궂은 표정으로
“하이! 마이프렌드 쇼~리” 라고 말한다.

집으로 간다며 양로원 전화기를 손에 들고
복도를 걷는 “메리” 할머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그 광경을 오늘도 본다.

“듀잉” 할아버지는 열심히 퍼즐을 푼다
뒷장의 답을 슬적슬적 컨닝(?)하면서 말이다
모르는 척 하면서 지나간다.


열일곱 소녀처럼 양갈래 머리를 한
“헬렌” 할머니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조른다
가요를 불러도 끝에는 “아멘”이라고 말한다.

웨스트 버지니아가 고향인 미스 퍼리는
존 덴버의 ‘고향으로 가는 길’을 부르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해 보인다.

과거와 현실의 혼돈에서 흘리는 눈물도
거짓과 진실의 장벽에서 방황할지라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닐까?

수 많은 추억들을 가슴속에 간직한 채로
우리의 영원한 고향으로 가는 그날까지
해맑은 웃음을 선물로 주면서 말이다.

<전희자 / 볼티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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