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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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평결 계기로 경찰 개혁 이뤄지길

2021-04-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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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전직경찰 데릭 쇼빈의 유죄 평결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물은 역사적 판례가 될 것이다.

재판 시작 3주 만에 배심원단이 3개 살인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발표했을 때, 미국인들이 느낀 가장 압도적인 감정은 ‘안도’였다. 정의가 살아있다는 안도, 혹시나 우려했던 시위와 폭동이 일어나지 않게 됐다는 집단적 안도였다.

오랜 세월 경찰의 과잉폭력을 겪어왔지만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던 흑인사회는 물론이고, 로드니 킹 폭행 경찰들이 무죄방면 됐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한인사회 역시 크게 안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유죄평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방 상하원 위원들도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LA 시의원들도 평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사실 이번 재판은 조지 플로이드가 그의 무릎 아래 죽어가던 영상을 본 모든 사람이 증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 평결 결과에 전 미국이 긴장했던 이유는 그동안 흑인을 살해한 백인경찰에 대한 재판이 그만큼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기소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 재판이 열려도 경찰들은 공무집행 상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무죄방면 되기 일쑤였다.

에릭 가너, 마이클 브라운, 프레디 그레이, 브리오나 테일러 등 2014년 이후 백인경찰에 의해 숨진 많은 흑인들의 케이스가 기소조차 되지 않고 종결되었고, 흑인 민간인이 경찰에 피살되는 일은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재판 중이던 11일 미니애폴리스에서 20세 청년 단테 라이트가 경찰 총에 맞아 숨졌고, 평결이 내려지던 20일에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16세 흑인소녀 마키야 브라이언트가 여러 발의 총격에 사망했다.

플로이드의 케이스는 때마침 지나가던 17세 소녀가 전 과정을 영상에 담았기 때문에 유죄 평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운 좋은 경우는 많지 않다.

이 판결을 계기로 경찰과 사법제도에 과감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경찰의 무력사용을 제한하고, 직권남용에 대한 징계 시스템을 정비하며, 민간인의 감독과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법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모든 시민이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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