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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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교직

2021-04-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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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거의 모든 직종이 근무방식 변화 등 달라진 환경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교사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팬데믹 확산으로 대면 수업이 중단되면서 교사들은 디지털 수업이라는 낯선 교습 방식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기로 결정하면서 교실에서 학생들을 마주해야 하는 교사들은 건강 상 두려움과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교사들의 이런 고민과 갈등은 이직으로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이 길어지고 상황이 쉬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교직을 천직으로 여겨온 많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CNN에 보도된 한 교사의 스토리가 바로 그렇다. 15년 전 오래 전부터 천직이라 여겨온 교사가 되기 위해 월스트릿의 고액 연봉 일자리를 버리고 고향인 뉴저지의 초등학교 교사가 됐던 올 61세의 아네타 랭은 고민 끝에 교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랭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나이가 코로나19에 취약한데다 자칫 지병이 있는 남편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은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학교에 환기를 위한 창문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 것도 이유였다.


교사 이직과 은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특히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린 지역 가운데 하나인 미시간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은퇴한 교사가 전년 동기에 비해 44%나 치솟았다. 큰 교육구 가운데 하나인 롱비치 통합교육구의 경우 휴직원을 낸 교사 수가 35% 늘었다.

팬데믹 기간 중 교직을 떠난 교사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그들의 애로가 이해된다. 온라인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테크놀로지를 습득하는 것도 고역이지만 수업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는 학생들을 관리하는 업무도 가르치는 일 이상으로 힘들다. 지난해 10월 교직을 떠난 휴스턴의 한 교사는 “오후 3시30분 수업이 끝나면 출석하지 않은 학생들 부모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며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일이 너무 많았다”고 고충을 들려줬다.

팬데믹 기간 중 교직을 떠난 교사들이 이직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였다. 구체적으로는 코로나19가 안겨준 두려움과 과중한 업무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탈진이었다.

교사들의 이직이 현재의 문제라면 교사 지망생 감소는 미래 교육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대학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학 혹은 대학원의 교사양성 코스 등록자가 지난해에 비해 각각 19%와 11%가 줄었다. 현직 교사들이 이직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팬데믹이 교사 수 유지와 충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직이 위기에 처하게 된 데는 보다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사가 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과 헌신에 비해 처우가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다. 전국 공립학교 교사들의 평균 연봉은 6만1,000달러로 같은 수준의 훈련과 교육을 요하는 다른 직종에 비해 20~30%가 낮다. 아무리 천직으로 여기고 교직을 선택한다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은 교육관련 학위 취득자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전체적으로 대졸자 수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2006년부터 2019년 사이 교육학위 취득자는 22%나 감소했다.

최근 바이든이 내놓은 코로나19 구제플랜에는 유치원에서 12학년까지의 교육 예산 1,290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 이 돈이 교사충원과 처우개선, 그리고 과도한 업무 경감 등에 제대로 쓰여 교직에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의 새싹들을 가르치는 일에 확신을 갖고 뛰어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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