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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대통령’ 선발대회

2021-04-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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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가 있는가 하면 세상에서 가장 못 생긴 견공을 뽑는 대회도 있다. ‘엉터리 대통령’ 콘테스트를 한 번 열어 보면 어떨까. 위기가 진짜와 가짜 지도자를 가려내기에 좋은 기회라면 이번 팬데믹만한 호기가 드물 것이다.

우리가 자주 말하는 대통령 한 사람은 잠시 제쳐 두고 눈을 세계로 돌리면 우선 벨라루스의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팬데믹이란 정신질환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규정한 대통령이다. 예방에는 보드카와 사우나가 최고라고 처방했다. 지난 여름 이후 몇달간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사태를 겪으면서 그는 코로나 전파를 늦출 수 있는 상식적인 조처는 거의 모두 가로 막았다.

다행히 국민들이 대통령의 ‘재앙적 조언’을 믿지 않아 최악의 상황을 비켜갈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벨라루스 국민들은 개인이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서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병원에 방호장비를 지원했다.


투르크메니스탄에는 아직 코로나 케이스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아무도 믿지 않는 이야기다. 구 소련의 연방 중 하나로 대표적인 독재국가로 꼽히는 이 나라에서는 마스크 착용이나 팬데믹 논의가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예컨대 언론이나 건강정보지 등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단어 자체를 쓸 수 없도록 했다. 공식적으로 ‘코로나’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으니 ‘코로나 발생’이란 말은 나올 수가 없다.

탄자니아의 잔 마구풀리 전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사흘간의 기도로 탄자니아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멸됐다고 선언했다. 세계적인 의료 비상 사태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를 금지했다. 마스크, 백신 이런 것들로 국민을 괴롭히지 말도록 지시했다. 마구풀리는 지난 3월 사망했다. 당국은 사인을 심장 합병증이라고 발표했으나 야당에서는 그가 코비드19로 숨진 것으로 믿고 있다.

지난 85년이후 지금까지 캄보디아를 통치하고 있는 세계 최장수 독재자 중 한 명인 훈 센 총리는 정치적인 억압으로 코로나를 막고 있다. 방역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면서 불평하는 사람은 체포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코로나 유포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시선을 중남미로 돌리면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니카라과의 반 종신 대통령인 그는 팬데믹이 선언되자 국민들을 거리로 불러 내 퍼레이드를 벌였다. ‘코비드19 시대의 사랑’으로 명명된 이 축제는 과학자들을 경악시켰다.

멕시코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허세도 만만치 않다. 팬데믹 초기 그는 국민의 생활은 종전처럼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코로나 감염 뒤에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 “멕시코에서 모든 부정부패의 뿌리가 뽑히는 그 때가 되면 마스크를 쓰겠다”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얼마 전 멕시코 당국은 확진자가 공식발표 보다 60%가량 더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멕시코의 코로나 사망자 수는 브라질과 비슷하게 된다.

미국에 이어 코로나 사망자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로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다. 코로나 대처에 관한한 트럼프를 빼 닮았다. 그는 코비드19를 리틀 플루, 가벼운 계절성 독감 정도로 여겼다. 코로나에 걸린 후에도 쓰지 않을 정도로 마스크를 철저히 배격하고, 말라리아 약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비드19 특효약이라고 공언하고 다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로나 대처 방식은 이미 우리가 겪은 대로다. 트럼프가 ‘미스터 엉터리 대통령’으로 뽑히려면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이다. 미국은 코로나 사망자와 확진자 1위 국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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