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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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우리에게 이런 일이

2021-04-12 (월) 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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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히 생각하며 산다. 힘들게 싸워가며 만들어놓은 나라에 와서 내 나라에서 못 받았던 혜택을 누리고 살아가고 있음에. 그들이 일구어놓은 나라에서 같이 잘 살아가도록 노력을 하지만 문화가 틀리고 생활이 틀리니 고치며 이겨내고 있다.
처음에는 사느라 힘들었고 늙어서는 내 나라가 그리워 향수에 힘들다. 태어나 자란 곳은 대한민국이지만 묻힐 곳은 이곳이다.
요사이 먼저 온 터줏대감들의 손가락질이 보통이 아니다. 조용히 살 수 있는 착한 사람들, 인종갈등을 등한시하며 살던 백인들이 우리에게 증오심을 보낸다. 거칠게, 일도 안하고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트럼프를 지지하고 중국 바이러스를 온 동양인에게 뒤집어씌우며 증오심에 불태우며 산다.

덩달아 나라에서 주는 돈 끊기고 불량으로 살아가는 흑인까지 가세해서 흑백싸움이 흑백과 아시아인으로 번져가고 있다.
L.A 흑인폭동 사태가 일어났던 때와는 틀리다. 그때의 시작은 경찰의 과잉진압이었지만 흑인들이 자기네 돈을 우리가 다 가져간다고 우리에게 분풀이를 했던 것이고. 그때보다 나아진 게 있다면 우리도 자숙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많은 한인이 생겼다. 동양인이 함께 대처해 나간다는 종족배합이 달라졌을 뿐이다.
팬데믹 기간에 드러난 미국에서 가장 큰 위기는 경제도 양극화도 아닌 인종차별이다. 흑인목숨도 귀중하다(BLM)가 휩쓸고 지나간 거리에 이제는 아시안 증오를 규탄하는 목소리로 바뀌었을 뿐이다.

트럼프가 물러나고 그가 남기고 간 증오범죄 뉴스가 나오고 총기사건이 터지고 있다. 뉴스거리를 만드느라 혈안이 돼있는 미디어가 덩달아 그런 것만 찾아서 뉴스를 만들고 있으니 불안한 것은 그들 눈에 구분이 안되는 중국사람 같이 생긴 온 동양인에 우리도 함께 당한다는 것이다.
그들 눈에 우리만 구분 안 되는 게 아니다. 국경을 벽으로 세운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 라티노라고 구박받고 사는 멕시코 출신들은 착하다. 눈동자가 선하고 행동이 유순하다. 과테말라 사람들은 단결심이 좋고 엘살바도르 계는 영악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든 페루 출신이든 다 같은 라티노이지만 스페니쉬만 쓰면 히스패닉이라고 부른다.
우리를 칭크라고 부르듯이 그들을 몽땅 합쳐서 멕장이라구 부른다. 우리가 부르는 소리다. 그들은 그들 안에서 또 분류가 된다.


트럼프가 멕장을 잡더니 불길이 우리에게 옮겼다. 흑인은 노예 역사만큼 오래된 그들의 뿌리가 다르다. 미국에 사는 흑인들은 생김이나 매너가 백인과 차이 없이 멋있는 사람이 많다. 과거에 차별을 받으면서 노예생활을 하며 주인에게 성희롱으로 태어난 사람이 많다.
그들끼리도 검은색이 진하고 옅은 색 따라 차별하며 산다고 한다. 더더구나 진짜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도 콩고 출신, 잠비아 출신인지 구분이 안 된다. 검은색이면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다.
이렇게 온갖 종족이 섞여 사는 게 미국이다. 불행히도 이번에 우리가 타깃이 된 것이다. 우리에게도 결코 섞일 수 없이 같은 종족이면서 지역이 틀리다고 서로 흉보고 싸우며 살아가는데 온갖 색들이 어떻게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끼리도 고향만 문제돼는 게 아니라 학교도 문제, 나이도 문제, 같은 부류를 자기들끼리 만들어서 살아가는데. 미국에 사는 동양인들끼리는 일본이든 중국이든 한국, 필리핀, 태국, 베트남, 모두 뭉치는 기회가 됐는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인종문제나 총기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다. 우리가 떠들어봐야 뉴스거리에 오르내리면서 조용히 있던 백인만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치에 참여하여 투표에는 꼭 참석하여 정치인들이 우리의 힘 있는 목소리를 의식해서 그들이 해결하도록 힘을 보태야 제대로 일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우리 권익을 내세우려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해결을 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태어난 내 나라 우방국가 미국을 위해서, 내 후손을 위해서.

<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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