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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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동료에게

2021-04-04 (일) 한연성 통합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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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늘 앞문을 사용하지 않고 거라지 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거라지 올리는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 돌아보게 된다. 오랫동안 내 아이의 빈자리를 자신과의 싸움으로 채웠었다. 돌아보면 아이를 보내고 한동안은 이별에 대한 실감이 없었다.

잠시 나가서 곧 돌아올 것 같은 그와의 경험치가 만들어준 시간을 잘 보냈고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정신줄 놓지 못하게 나를 살폈기에 그닥 흑색 외로움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친척도 친구도 모두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고 오롯이 내 가족만이 남았을 때 그때 밀려오는 외로움과 상실감.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이 가슴 저 밑바닥을 훑고 지나는 시간은 정말 살아있는 자만이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비로소 나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전의 나는 더 이상 없었다.


내가 경험한 시간을 감히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들 이해나 할 수 있을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그것을 경험한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어줍게 이해한다고 말을 하는 것이 차라리 교만이고 가슴에 비수가 될 수도 있다.

며칠 전에 동료교사의 남편이 갑자기 운명을 달리하였다.
나이도 젊고 건강한 분이라 모든 사람의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되었다.
그 건장한 남편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일부를 기증하고 타인에게 새 삶을 주고 떠났다.

하지만 젊은 나의 사랑하는 동료교사는 하루 아침에 혼자가 되었고 아직은 그 다음에 밀려올 죽음보다 더한 외로움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연 이런 일련의 삶과 죽음의 나누어짐에서 인간이 배우는 것은 무엇이기에 우리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일까?

가장 바쁘게 살면서 스스로 이겨내는 길만이 그녀가 살아갈 길이다.

한번 지나온 나로서는 그녀가 잘 이겨내길 그리고 외로움의 기간이 최대로 짧아지길 기도할 뿐이다. 수 억의 사람들이 있어도 나는 혼자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한연성 통합한국학교 VA 캠퍼스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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