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던지기 1등 인간

2021-04-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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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메이저 리그는 6개월 간의 대장정을 통해 올해도 수많은 명장면과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야구의 승패는 투수력이 가른다. 얼마나 빨리, 정교하게 던지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다.

던지기는 인간이 가진 특별한 재능이다. 사람의 육체적인 능력은 다른 동물에 비하면 대부분 크게 뒤지지만 던지기는 오래 달리기와 함께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 중에는 말 정도를 제외하면 사람처럼 오래 달릴 수 있는 동물이 없다. 가장 빠르다는 치타도 단거리 선수일 뿐이다. 사자와 호랑이를 사람처럼 마라톤 풀 코스를 뛰게 한다면 살아남는 놈이 없을 것이다. 체온 조절이 안되고, 심장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력과 함께 인간이 가진 특출한 능력이 바로 던지기. 메이저 리그 투수에게 시속 90마일은 빠른 게 아니다. 투구 속도는 해가 갈수록 높아져 메이저 리그 투수들의 평균 구속은 지난 12년 동안 1.5~2마일 정도 더 빨라졌다고 한다. 한 때 뉴스 거리이던 시속 100마일 강속구도 드물지 않다.

동물 중에서는 침팬지의 던지기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하지만 세게 던지는 놈도 최대 시속 30마일 정도다. 8~14세 소년에게 던지는 법을 조금만 가르쳐 줘도 힘이 훨씬 센 침팬지 보다 2배이상 빠르게 던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인간은 어떻게 던지기 전문가가 됐을까.

최근 ‘생물학 계간 리뷰’에 실린 두 논문은 인간의 던지기 능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특출한 생태학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던지기 능력의 진화론적 발전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인간은 무언가를 던져 사냥을 하거나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다윗은 맹수로부터 양떼를 지키기 위해 던지기 기술을 연마했다. 강력한 던지기가 가능하려면 육체의 여러 부분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순간적으로 빠르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활이나 총기류가 나오기 전에 인간은 돌, 칼, 창 등을 던져 상대를 제압하거나 동물을 잡았다. 사냥이 먼저냐, 전투가 먼저였냐는 논란이 있다. 학자들은 던지기의 목적은 전투가 먼저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를 관찰하면 침팬지가 막대기나 돌 등을 던지는 행동은 다른 침팬지나 침입자들과의 전투 과정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던지기 능력은 직립 보행과 함께 시작됐다. 두 발로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손의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던지기가 가능하다고 해서 잘 던질 능력이 갖춰졌다는 것은 아니다. 강하고 정확하게 던지기 위해서는 신체의 해부학적인 발전이 이뤄져야 했다.

잘 던지려면 길고 유연한 허리에다, 엉덩이와 흉부의 분리로 몸통 회전력이 높아져야 한다. 어깨 관절, 팔, 가슴 근육의 발달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빠른 던지기에 필요한 신체조건들은 200만년 전 직립 보행이 가능한 고대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논문들은 밝힌다.


고대로부터 전투와 사냥은 남성의 몫이었다. 던지기 능력은 남성들에게서 현저하게 발달되었다. 오늘날 남녀의 행동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이 던지기 능력이라고 한다.

구속은 던지는 사람의 덩치나 힘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투구 동작과 보폭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페드로 마르티네즈 같은 투수가 그보다 크고 우람한 투수 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던지기 능력이 계속 발전해 나가자 메이저 리그에서는 투수 마운드를 뒤로 옮겨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야구의 맛은 호쾌한 타격전에 있다. 투수전은 지루하다. 투수가 타자를 지나치게 압도하게 되면 치고 달리는 야구의 묘미가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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