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
2021-03-28 (일)
이중길 / 중앙시니어센터 문예반, VA
구부러진 도로 위 출근길
차창 사이로 보이는 벚꽃나무
질서 있게 서 있다
한마리 개를 끌고 아침을 건너는 여자
초록색 모자를 쓰고 있다
아침 햇빛에 반사되어 그녀의 모습이
내 눈 속으로 다가온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
겨울에 모아온 열기를 뿜어내듯
나뭇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꽃잎 사이에 그녀의 눈이 멈춘다
개의 망설임이 그녀 앞길을 재촉한다
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가슴 설레는 꽃잎으로
소소바람 안개 속에 밀려와 내 얼굴에 부딪친다
갑자기 다가온 커다란 물체
내 동공을 가로 막는다
깜짝 놀라 충돌의 순간 두 눈을 부릅떴다
그것은 커다란 나무의 그림자
순간의 착각 속에서 벗어나
만져본 내 얼굴에는 있어야 할 안경이 없다
<이중길 / 중앙시니어센터 문예반,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