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가이드 Orchard Camp ( 2,960’)
Mt. Wilson Trail의 풍경.
수령 1500년이라는 Oak Tree가 서있는 Orchard Camp의 옛 터.
계절의 수레바퀴는 벌써 3월에 들어선 요즘이나, 지난 주에 내린 큰 비가 산악지역엔 큰 눈으로 내렸고 보니, 지금 LA인근의 고산지역엔 겨울의 축복이랄 수 있을 하얀 눈이 온 산을 소복소복 덮고 있어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게 아름다운 세계가 되어 있다.
눈에 덮인 산이란 우선 보기에는 더 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것이 사실이지만 고산이고 거산인지라, 등산이 아주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최소한 적절한 겨울등산용구와 경험있는 리더 그리고 잘 걸을 수 있는 체력의 3박자를 갖추어야 하므로, 가볍게 생각하고 선뜻 나설 일은 아니다.
우리는 오늘 좀처럼은 눈에 덮이지 않아 안전하면서 나름대로의 계절에 따른 서정이 물씬 풍겨 나오는 Mt. Wilson 언저리의 아름다운 계곡속의 Orchard Camp를 찾아 가 보기로 하자.
Mt. Wilson 은 Pasadena의 북쪽에 있는 산으로, 산이 큰지라 정상을 오르는 등산로도 여러개가 되는데, 그 중에 최초로 트레일이 조성된 곳은, Sierra Madre시의 주택가에서부터 시작되는 Mt. Wilson Trail 이다. Orchard Camp는 이 트레일의 중간점에 있다.
Mt. Wilson Trail 코스는 원래 옛날부터 인디언들이 이용하던 루트였었는데, 1771년에 이 지역에 설립된 가톨릭선교본부 “San Gabriel Arcangel” 에서 필요한 목재의 조달을 위해 동원된 Gabrielino 인디안들의 손으로 개량되어졌다고 한다. 그 후에 거의 90여년이 지난 후에 이 지역에서 농장을 하며 ‘Don Benito’라고 불리우던 Benjamin Davis Wilson 이 이 산의 정상에서 목재를 운반해 오기 위해, 1864년에 본격적으로 길을 만든다. 그래서 이 산에 그의 이름이 붙게 되는데, 그는 또 훗날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 되는 George S. Patton 장군을 외손자로 두게 되는 사람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Mt. Wilson Trail 은, 곧이어 1889년에 Harvard 대학이 Mt. Wilson 의 정상에 천문대를 건립키로 함에 따라, 천체망원경을 비롯한 필요물품들의 수송로로 채택됨으로써 더욱 확충되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Benjamin Wilson 이 Trail 공사를 하면서, Sierra Madre시와 Mt. Wilson 정상간 7마일 구간의 중간지점에, 건설용 Camp로 지은 “Halfway House” 를, 뒷날 George Islip 과 George Aikin 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며 사과, 체리, 플럼, 호두 등의 과수를 길러 그 과일을 등산객들에게 팜으로써, 비로소 Orchard Camp 라고 불리게 됐다고 하는데, 1890년경에 James McNally 란 사람이 이 곳을 Trail Resort 로 확충한 이후에는 더욱 인기가 있는 곳으로 부상했었다고 한다.
남가주에서 하이킹의 황금기(The Great Hiking Era)라 일컬어지는 1895~1938년간의 화창한 주말에는 “노새들의 발굽소리와 등산객들의 구둣발소리가 지축을 뒤흔들고, 트레일에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 오르는” 일이 되풀이 되어졌고, 1911년에는 40,000명 이상이 Orchard Camp 의 등록부에 싸인을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으나, 차츰 쇠락의 길을 걷다가 마침내 1940년에는 문을 닫게 되었다. 아마도 1938년의 LA 지역을 강타한 전대미문의 대홍수가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금은 모든 건물이나 시설은 다 사라지고 여기 저기 주춧돌만 남아 옛날의 영화를 상기시키고 있을 뿐이다.
다행히 1908년에 가주에서의 최초의 Race로 알려진 ‘Sierra Madre Trail Race’ - Sierra Madre 시가지에서 Orchard Camp를 왕복하는 8.6마일의 코스 - 만은 아직도 변함없이 매년 열리고 있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가는 기념비적인 유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뜻있는 분들은 이 Race에 참여해보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인데, 지금은 코비드19의 여파로 잠시 중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주소에서 알아볼 수 있다. www.mountwilsontrailrace.com
Sierra Madre시의 주택가에서 시작하여 아름다운 Little Santa Anita Canyon의 서쪽 언덕을 따라 굽이 굽이 돌고 꺾이며 오르는 길은, 초반에는 다소 경사가 크고 그늘이 적지만, 후반에는 경사가 완만하고 짙은 숲 그늘로 이어지며 전망도 있고 계곡엔 물도 있다. 편도 3.5마일에 순등반고도 1990‘의 보통 난이도의 코스로, 왕복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아주 운치있고 멋진 등산로이다.
가는 길Fwy 210의 Santa Anita Exit으로 내려 북쪽으로 1마일을 가면 Sierra Madre Blvd 가 나오고 좌회전하여 0.8마일을 가면 Mountain Trail Ave 에 이른다. 우회전하여 0.5마일을 가면 정면은 Mt. Wilson Trail Park 에 막힌다. 왼쪽길 Mira Monte Ave를 따라 50m쯤 가면 오른쪽으로 Mt. Wilson Trail Road 가 나온다. 이 부근의 주택가에 주차한다. 주차허가증은 필요치 않다.
등산코스바로 옆의 Mt. Wilson Trail Park 은 300평이 안될 듯한 소형공원인데 차분히 둘러 볼만하다. 깔끔한 잔디밭을 중심으로 미니 박물관도 있고, 37종의 고유식물들을 그 이름을 알 수 있도록 심어놓은 Native Plant Garden 이 있으며, 깨끗한 화장실도 있다.
Mt. Wilson Trail Road 를 따라 북쪽으로 150m쯤을 가면 왼쪽으로 등산로 입구가 있고 상세한 구간별 이정표도 있다. 왼쪽은 작은 계곡, 오른쪽은 주택들의 담장이 되어 있는 언덕을 끼고 등산로가 시작된다. 주택가는 이내 끝나고 산길로 접어든다. 왼쪽의 산줄기들의 기슭을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오른쪽으로는 Little Santa Anita Canyon 이 이어진다. 등산로를 따라 1마일 가까이 구불구불 올라가다 보면 계곡 아래로 홍수에 대비하여 축조했을 댐이 보이는데, 이 지점 쯤에서 오른쪽 위로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샛길이 나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좀 더 나은 안전과 전망을 위해 0.5마일 정도로 등산로 일부구간을 새로 만들고 있는 현장이다.
우리는 그냥 직진한다. 대략 10분 정도를 가다보면 새로운 등산로의 끝부분이 왼쪽에서 기존 등산로에 합쳐지는 것을 알 수 있다. 5분쯤이 지나면 아스라한 발아래 계곡을 흘러내리며 졸졸대는 물소리도 들을 수 있다.
곧 “First Water” 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 이른다. 1.5마일을 온 셈이다.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을 따라 50m쯤 내려가면 개울이 있다. 여름에는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는 계속 등산로를 따라 직진한다. 여기서 부터는 주로 Live Oak, Bay Laurel, Sycamore, Big-cone Spruce 등이 어우러진 숲 그늘이 이어지는데 계절의 정취를 흠뻑 발산하는 고운 낙엽들도 길과 길섶에 쌓여 있다.
1.9마일 쯤의 지점에 오면 길이 서쪽으로 빙 돌아가며 작은 물줄기가 있다. Lost Canyon이다.
다시 2.7마일 지점에 오면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직각으로 꺾어진다. 왼쪽으로는 작은 골짜기를 통해 위로 올라가는 발자취들을 보게된다. “Hiker Bob Annas’ Cross Trail”이라는 이름의 등산로로 1마일쯤의 거리를 가파르게 지그재그로 올라가면 아래로는Jones Peak과 Bailey Canyon에, 위로는 Hastings Peak과 Yale Peak에 닿을 수 있는 길이다. 우리는 그냥 직진한다.
불과 1분 정도를 나아가면 오른쪽으로 샛길이 갈라진다. 30m 남짓한 짧은 길로 이어진 20평 내외의 돌출된 공지의 Heliport 이다. 잠시 휴식하며 사위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다시 등산로로 나와 나아간다. 아름다운 숲의 정취에 낙엽들의 향기까지를 만끽할 수 있다.
곧이어 조그마한 물줄기가 흘러내리며 왼쪽으로 작은 옹달샘을 이루는 낮은 곳을 지나게 된다. 청정수가 흐르는 Decker Springs 로 3.1마일 지점이다.
산의 청량한 내음을 음미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기 10분쯤이면, 커다란 고목이 길을 비스듬히 막으며 쓰러져 있는 곳을 지나게 되고, 곧바로 왼쪽으로는 등산로와 이정표가 있고, 정면에는 건물의 축대로 쓰였을 가지런한 주춧돌들이 공터와 함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오늘의 목적지 Orchard Camp 이다.
빽빽한 Live Oak 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데, 개울쪽으로 유독 큰 Oak Tree 한 그루가 눈에 띈다. 수령이 1500년으로 측정됐다는데, 아직도 청년기인지 싱그럽기만 하다. 우리네 짧은 인생살이와 비교해보면 거목의 존재가 한결 더 늠연하고 우람해 보인다.
축대의 뒤쪽 언덕을 올라 가면, 옛 성터인 양 또 하나의 더 큰 돌 축대가 있음을 보게 된다. 100년전 쯤에는 그 위 어디메엔가 정구장도 있었다고 한다. 그 많은 방문객들을 맞이하던 곳이었으니 이 밖에도 여러 시설들이 부근에 더 있었을 텐데, 지금은 다시 푸르른 수목들의 영토로 환원되어진 채, 여기저기 사슴의 발자국만 분분하다.
반듯한 주춧돌도 있지만, 낙엽엔들 못 앉을까! 시간이 허용하는 만큼 충분히 쉰 다음, 온 길을 따라 하산하되, First Water 를 지나면 나오는, 0.5마일짜리 신규트레일로 내려가 보는 것도 좋겠다.
등산을 처음 시작한 곳에 있는 미니 박물관 앞 미니 Native Plant Garden 에서 식물들의 이름을 익혀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사족
1. 시간과 체력에 여유가 있는 분이라면, 트레일을 따라 1.7마일을 더 가는 것도 좋겠다. 멋진 벤치가 마련되어 있는데 Manzanita Ridge 라고 부르는 곳으로 눈 아래로는 Little Santa Anita Canyon의 울창한 숲을 감상할 수 있고, 눈 위로는 송수신 안테나가 있는 우뚝한 Mt. Harvard 를 관망할 수 있다. Mt. Wilson 의 정상은 이 곳에서 다시 1.8마일을 더 가야 한다.
2. “Sierra Madre” 라는 말은 “The Mother Mountains” 라는 의미의 스페인어인데, 현재 우리가 “San Gabriel Mountains” 라고 부르는 산맥을, 정부에서 공식적인 산맥의 이름을 정하기 전인 1927년까지 주민들이 통칭하던 이름이었다고 하며, 지금의 City of Sierra Madre 는 1907년에 설립되었기에 이 이름으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도 모악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아마도 대륙과 민족은 달라도 다같은 인류이기에 같을 수 밖에 없는 일반민중의 정서가 반영된 이름들일 것이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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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