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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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들

2021-03-23 (화) 김범수 목사 /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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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모든 이민자들에게는 아메리칸 드림의 땅이다. 그러나 미국은 드림의 나라가 아니라 북소리처럼 시끄러운 드럼의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은 겉으로의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인종갈등과 총기살인의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언제나 국제정치에서 먼저 주도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인권이지만 실제로 미국 내에서 내재적으로 인종간의 갈등은 미국의 숨은 고충이었고 앞으로 미국의 향방을 좌우하는 가늠대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총기살인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잊을만 하면 다시 일어나는 사건이 총기 살인사건이다. 그 살인사건의 내면에는 인종간의 혐오로 인해 일어난 사건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에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한국 사람 4명을 포함하여 8명이 총기살인으로 희생 당했다.

하루에 8명이나 인종의 혐오감으로 총기살인의 희생을 당했으니 이 사건은 앞으로 미국의 인종의 갈등해결에 중요한 전환점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성경에서 인류의 최초의 살인자는 카인이었다. 카인은 동생 아벨에 대한 시기와 질투심 때문에 인류 최초로 돌로 동생을 죽인 살인자가 되고 말았다.
이 카인의 후예들은 카인의 본성을 유전 받아 서로를 향한 질투심과 미움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표면적인 사랑의 행동의 뒤에는 또 다른 이면적인 미움과 시기와 질투와의 싸움을 하게 된다.
그 마음을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미움이 커지고 그 미움은 원수로 변하고 만다. 이런 카인의 후예들이 만든 역사는 겉으로는 아름답고 풍성하게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피와 아픔과 처절한 슬픔을 안고 사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은 사실 아벨을 미워하기에 앞서 자신을 용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수, 자신의 약함,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보다는 아벨에게 그 화살을 돌려 비난과 변명과 책임을 물은 것이다. 카인의 후예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더 부러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늘 견제하고 경쟁하고 더 심하면 파멸시키고 죽이는 살인과 전쟁을 치루며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카인의 역사가 되고 말았다. 결국 남을 죽이는 살인죄는 나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증오와 혐오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를 혐오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구부러진 말을 네 입에서 버리며 비뚤어진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잠언4:23-24).
살인사건은 애틀랜타에서만은 아니다. 지금도 우리 마음 안에서, 아니 작은 우리 공동체에서 계속 살인사건은 일어나고 있다. 입으로 사람을 비난하고, 조직적으로 집단행동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억울하게 만들고 있을 수 있다.

남을 죽인 살인자를 보면서 손가락질을 하지만 실제로 그 손가락질은 나를 향해야 한다. 윤동주 시인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시어로 자신의 인생을 기록했다.
어느 누구나가 다른 사람을 미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미운 마음이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자기사랑이고 자기관리이다. 그것은 괴로운 자기와의 싸움이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워 말아야 한다. 작은 잎새 앞에서도 떳떳해야 한다.

지금은 아시안아메리칸들이 희생을 당했다. 그것에 대해서 비난하고 시위를 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가? 나는 그 멀리 일어난 사건들에 돌을 던지기보다 실제로 내 앞에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지를 뿌리며 아무런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가고 멀리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어떤 때는 내가 더 악한 카인의 후예가 되어 보이지 않는 살인은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나의 이기적인 시기와 질투 때문에 말이다.

<김범수 목사 /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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