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인종증오의 극단, 끔찍한 연쇄총격

2021-03-19 (금)
크게 작게
참담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마사지 업소 연쇄 총격사건이 전 미국을 경악케 하고 있다.

21세의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이 3곳의 업소에서 벌인 총격으로 무려 8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은 4명의 한인여성을 포함해 아시아계가 6명이나 된다. 가뜩이나 아시안 대상의 차별과 증오범죄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에 한인들을 비롯한 아시안 커뮤니티는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자행되어온 아시안 인종차별 행위가 결국은 백주대낮의 연쇄총격과 같은 극단적 형태의 폭력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특별한 대처가 요구된다. 총격범은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려 미국인들을 죽게 하고 세계 지배를 꿈꾼다”는 음모론을 믿고 있는 것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드러났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조 세력이 ‘쿵 플루’ 등 선동적 용어를 동원해 반 중국, 반 아시안 정서를 의도적으로 부추겨온 결과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이처럼 아시안 인종혐오 살해극이라는 정황이 명백한데도 현지 경찰이 용의자의 말만 듣고 증오범죄로 결론짓기는 이르다는 초동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미국의 최고위 정치인들은 사건 발생 즉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를 규탄했다. 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도 일제히 이 사건의 동기를 경제적 불안이나 성 중독으로 변명함으로써 아시안 증오라는 심각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와 정의를 촉구한다. 일단 총격범의 범행 배경과 동기, 사전계획 여부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엄격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이같은 참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와 차별은 용납되지 않으며, 인종 증오범죄는 강력한 엄벌로 다스리는 법체계가 확립되어야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