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밀복검(口蜜腹劍). 입에는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 겉으로는 친한 척하지만 내심으로는 음해할 생각을 하는 것을 비유한 고사성어다.
6개월 전이었나. 이 고사성어가 한국의 국내 주요기사 헤드라인에 떠올려졌던 것이.
지난해 9월 한국과 미국 양국이 제18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 공동보도문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란 한미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자 북한선전매체는 “(한국이) 외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다”며 “남한의 평화타령은 구밀복검”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리고 지난 주말. 조국 전 법무장관이 이 사자성어를 또 다시 소환하고 나섰다. 마치 작심이나 한 듯이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 올리면서 ‘구밀복검의 전형’이라고 매도한 것.
윤 전 총장의 ‘울산시장 선거 사건’수사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구밀복검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이 고사성어는 당 현종 때 이임보라는 희대의 간신에서 유래됐다. 이임보는 양귀비에 들러붙어 현종의 환심을 사 출세해 재상이 됐다. 이후에는 황제의 비위만을 맞추면서 정적은 무슨 죄목이든 붙여서 가차 없이 숙청했다.
훗날 송의 사마광은 ‘자치통감’을 편찬하면서, 이 이임보의 인물을 ‘입에는 꿀이 있고, 뱃속에는 칼이 있다’라고 평가한 것.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그런 표리부동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구밀복검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오늘날 ‘소시오패스(The Sociopath)’라고도 불린다. 현대 사회에는 인구의 4%, 즉 25명중의 1명의 꼴로 소시오패스가 있다는 것이 하버드대의 심리학자 마샤 스타우트의 지적이다.
소시오패스는 한마디로 겉 다르고 속 다른 이기적인 사람이다. 특징은 대단히 매력적이고 지능과 외모가 출중한 경우가 많다. 남을 조종하는 데 능하고 카리스마가 넘치고 사교적이다.
극도로 자기중심적이어서 자신의 잘못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내로남불’의 성향이 강한데다가 자기 합리화의 귀재들이다. 남에 대한 배려가 없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며 공감 능력이 없는 것이 소시오패스의 또 다른 특징이다.
조국 전 장관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이 바로 이런 인물이라는 이야기다. 맞는 지적일까.
그 판단은 각자의 몫. 그러니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이런 식의 ‘윤석렬 때리기’가 과연 소기의 효과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누가 윤석열을 유력 대권후보로 만들었나. 문재인 대통령이고 그 가장 유력한 조력자는 조국과 추미애라는 것이 중평이다. 대통령의 비호 하에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이들의 윤석열에 대한 박해가 심해질수록 대권후보로서 주가는 오르기만 했었으니까.
견디다 못해 반문선언과 함께 검찰총장을 사임한 후 단숨에 대선주자로서 윤석열 지지율이 1위로 뛰어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윤석열을 추미애도 모자라 조국까지 합세해 때리기에 나섰다. 후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본인들의 기대와는 정반대가 아닐까.
조-윤 갈등, 또 추-윤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집권여당의 지지율은 휘청했다. 그래서인지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조국의 윤석열 때리기를 결코 반기는 기색이 아니다.
“조 전 장관의 등장은 최근 LH 투기 의혹 사건으로 민감해진 불공정에 대한 젊은 층의 분노를 환기시킬까 걱정이다.” 한 민주당 당국자의 말이다.
그 워딩에서 어딘가 짜증스럽고, 초조한 분위기가 묻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