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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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망언, 자충수를 두다

2021-03-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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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왜곡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위안부 여성들은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그의 논문 내용이 지난 1월말에 처음 알려진 후 한 달여 동안 미주한인사회는 물론이고 미국 학계와 정계, 역사 및 여성단체 등 많은 분야에서 이를 강력 항의하고 규탄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뉴요커, LA타임스, AP통신, CNN을 비롯한 주류언론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도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까지 이 사태를 이슈화함으로써 논쟁은 국제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비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최대 20만명의 위안부를 성노예로 부렸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성적 수치심 때문에 쉬쉬해오던 이 잔혹사는 1990년대 이후 생존자들의 용감한 증언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결국 일본 정부는 1993년 고노 담화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확인했다.


유엔은 1996년 보고서에서 위안부가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강압’으로 끌려간 성노예라고 결론지었고, 미국 하원은 2007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 국무부는 또한 지난달 램지어 논문과 관련해 “미국이 여러 차례 밝혔듯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라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벌집을 잘못 건드린 듯하다. 슬그머니 역사를 왜곡한 논문 한 편에 전 세계가 들고 일어나 항의하고 있으니 일본 정부와 그 지원을 받는 램지어 교수는 자충수를 둔 것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일본 제국주의의 위안부 역사를 더 널리 알리는데 공헌하고 있다고 해야겠다.

한 교수의 논문이 진실을 덮거나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학문의 자유가 거짓에도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홀로코스트 부인론’이 유럽 16개국에서 법적으로 금지돼있듯이 ‘종군위안부 부인론’도 역사에서 영원히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일본 정부와 램지 교수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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