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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오버, 코코”

2021-03-04 (목) 최숙자 / 비엔나, V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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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의 일상 생활이 바뀐 지 어느덧 일년이 되었다.
가까이 사는 딸과 그의 가족들 덕분에, 비교적 외롭지 않은 일년을 보냈고, 그 애들이 강아지(Coco) 를 기르기 시작해서, 별로 강아지에 관심이 없는 우리의 마음도 열게 되었다.
특히 집 공사로 몇 달 동안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면서, 코코 덕분에 평생을 개를 무서워하던 남편이 “I love you, Coco” 하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산책을 하면서 즐기고 있다.
오랫동안 연방정부에서 일하고 최근에 은퇴한 남편은 어릴 적에 부모님이 시골에 사셨고, 서울에서 형님들과 자취를 하며, 신촌의 연세대, 이화여대뿐 아니라, 그 대학 교수님들의 관사가 있는 먼 지역에 신문배달을 할 때, 사납게 짖으며 공격해오는 큰 개들이 무척이나 무서웠다고 한다.

그래서 딸네가 강아지를 기르겠다고 할 때도, 걱정을 하며 반가워하지 않았다.
코코는 Shih Tzu family 로, 얼굴과 온 몸에 하얀색과 light brown의 긴 털을 가졌지만 털이 안 빠져서, 사람에게 알러지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아랫입몸이 더 길어서( under bite) , 우리 애들은 아빠 닮은 이씨라고 하고 장난을 하는, 티벳에서 시작한 강아지로 온 식구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같이 있는 동안, 애들이 코코가 좋아하는 “treat” 를 주기 전에, “sit down, give me paw, rollover” 를 하면, 복종을 하는 코코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해보니, 신통하게도 영어 발음에 자신 없는 내 명령을 잘 알아듣고, 요즘엔 내가 말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재주를 부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코코를 예뻐하는 백인 사위와 나의 태도가 꽤나 다른 것을 인식하면서, 지난 50년 미국을 열심히 알려고 했고, 미국식으로 살려고 했던 세월을 다시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서 제일 먼저 생각이 나는 것이 나의 철없던 육아방식이었다. 어렸을 때, 알러지에 힘들어 울던 딸을, 가슴에 껴안고 같이 자라고 하시는 친정어머니의 간절한 충고를 들은 척도 않고, 그 당시 유행하던 Dr. Benjamin Spock 의 “Baby and Child Care” 책을 성경같이 믿고, 그 책에서 충고하는대로, 계속 울리고 따로 crib 에서 재우던 생각이 난다. 자신만만 했던 젊을때를 기억해 보면서 그때 같이 데리고 자는것이 더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도 된다.


아주 예의 바르고 정의파의 백인 사위는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는데, 내가 즐거워 하면서 코코에게 자주 주는” Treat 덕분에 버릇이 나빠진다”고, 내가 다른 방에 있는지를 모르고 혼자서 코코에게 설명하는 것을 우연히 들으면서“아차” 하는 깨달음과 동서양의 문화의 다름을 다시 생각하게 되며,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팬데믹 동안 갑자기 시간의 여유가 생겼을 때, 딸의 권고로 넷플릭스를 신청해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 노력을 안 해도 귀에 저절로 들리는 한국말도 감사하고, 젊었을 때 “남의 참견 심하다”고 느꼈던 한국 문화도 이제는 따뜻하게 느껴지고, 오랫동안 잊었던 어렸을 때의 추억이 되 살아오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은 나이의 탓일까. 아니면 “피가 진하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고국이 있다는 위로 때문일까….

돌아가신 어머니의 용감한 결정으로 이 큰 나라, 미국에 와서 우리가 서양의 문화도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양쪽 문화의 피를 가진 우리 후손들과, 최근의 한국의 드라마에 나오는 서양 배우들과 영어를 자연스럽게 쓰는 한국배우들을 보면서 우리가 경험해 본 다른 점보다는 앞으로의 새 세대는 서로 더 많은 공통점으로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걸어본다.

<최숙자 / 비엔나, V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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