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殘雪
2021-03-03 (수)
서윤석 / 헤이마켓, VA
처음 만나던 날
서로 이름을 물었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그때는 폭우가 내려도
가방은 젖지 않았고
눈이 펑펑 내려도 춥지 않았지
지성인
평화인
문화인
소중하게 우리를 이끌어주는 생활의 길
긴 세월 속에서
우리의 젊음은 가고
체력도 정열도 소진되어
이렇게 우리의 역사는 끝나는가?
모든 것이 하나 둘씩 잊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하나 둘씩
벗이여
우리 서로를 떠나고 있다
전나무 아래에 남아
봄을 기다리는 하얀 잔설처럼
연약한 반딧불처럼
희미하게
그러나 벗이여
그대는 빛났다
참하고 용감하였다
우리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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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석 / 헤이마켓,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