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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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생의 키워드 ‘신뢰’

2021-03-02 (화) 계영희 / 카운슬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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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답답한 일상이 뉴노멀(new normal)인 데다가 연이은 폭설로 외출이 더욱 어려워졌다.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영화 보기만한 일이 없는 것 같다. 최근 2005년 개봉한 미국 스릴러 영화 플라이트플랜(Flightplan)을 다시 봤다. 영화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여러 번 받은 조디 포스터가 연기한 주인공 카일은 갑작스럽게 남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카일은 슬픔에 겨운 나머지 정서적으로 굉장히 불안한 상태에서 남편의 장례를 치르러 떠난다. 독일에서 미국 뉴욕의 집으로 향하는 그 비행기 안에서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함께 탑승한 그녀의 딸이 사라지는 일이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기내 안의 모든 승무원은 아이가 탄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카일은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만다.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카일이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복용 중인 약으로 인해 마치 딸과 함께 있는 것처럼 정신착란을 일으킨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 카일 또한 자신을 대하는 기내 안 사람들의 눈빛과 대화 속에서 자신이 경험한 현실에 대한 믿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믿음이 의심으로 뒤바뀌려는 그 찰나, 그녀는 딸이 창문에 그렸던 하트를 발견한다. 카일은 자신이 딸과 함께 비행기에 탔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되찾고 딸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카일은 딸을 찾기 위해 비행기의 좁은 공간을 구석구석 수색하며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지독하게 시험 당한다. 영화는 카일이 남편의 죽음과 관련된 비행기 테러집단의 거대 음모를 밝혀내고 딸과 재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화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가?’ 이다. 모두가 자신을 의심하고, 그 결과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지킬 수 있는지를 영화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어릴 적에 시력이 어두워지던 엄마의 부탁을 받아 엉켜진 실타래를 풀어드리곤 했다. 그 시간을 더듬어 보면 실이 시작되는 그 첫머리만 찾아내면 그 다음부터 실타래를 풀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지도 한 장 없는 인생을 살다 부딪히는 난감한 상황들을 미로에 비유하곤 한다. 어쩌다 미로에 들어섰을 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작은 실마리를 손에 쥐고, 이 난감한 상황의 원인이 무엇인지 좇아가다 보면, 실마리를 따라 엉킨 실을 풀어 내듯 미로라는 실체를 통째 경험하고 되돌아 나올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작은 경험이든, 큰 경험이든 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실마리가 되어 갑작스런 위기가 내 삶의 자산이 됐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경험들은 다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고자 시도하고, 엉킨 실타래를 풀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어떤 위대한 영웅도 이런 실마리 없이,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신뢰 없이 인생이라는 여정을 성공적으로 완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생이라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실마리는 곧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다. 이를 통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해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 선배가 되어줄 수 있고, 마주하는 모든 역경과 고난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결국 스스로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다.

미국 문화의 정신적 기둥을 세운 사상가이자 산문가,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인생의 성공의 비결이 자신을 신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보면 늘 실감하는 말이다. 실마리 그 자체는 너무 작고 미미해서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더러 쉽게 무시당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그 실마리를 건네 주거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인생이라면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문의(703)761-2225

<계영희 / 카운슬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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