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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제비갈매기

2021-03-01 (월) 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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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눈이 많이 왔다. 세상의 더러움과 균을 다 씻어버린 양 청결하고 밝게 단장한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앙상한 가지에는 하얀 드레스를 입히고 사철나무에는 탐스럽게 눈꽃을 피웠다. 옥색 하늘 하얀 구름뒤에서 숨박꼭질하고 있는 햇빛이 하얀 눈에 반사되어 찬란하다.
가지끝에 달린 설화가 그림같다. 뒷마당을 이은 숲속 어디선가 노란색이 감도는 갈색 여우 한마리가 걸어 온다. 배가 고팠는지 오늘따라 꼬리 털이 무거워 보인다. 보통때는 먹이를 겨냥해 쏜살같이 달리는 것만 보아서 아침먹이를 찾아 방황하는 풍경이 낯설고 안쓰럽다. 추울텐데…. 순간 옛날 할머니가 쓰던 여우목도리가 떠오른다. 참 따뜻하고 부드러웠는데…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동물들의 환경적응력은 놀랍다. 얼마전 보았던 동물의 생활을 그린 TV다큐영상이 생각난다. 사막을 지나는 낙타는 유난히 눈썹이 길었는데 그건 뜨거운 사막의 모래바람이 몰아칠 때 긴 눈썹이 보호막이 되어 길을 잃지 않고 앞을 보게 하려는 것이고, 짐스럽게 보이는 커다란 혹은 그곳에 지방을 비축했다가 영양과 물로 분해해서 먼 사막 길에도 잘 견딜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또 15-16피트나 되는긴 목을 가진 기린은 머리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서 심장이 일반 동물 심장의 두 배나 빨리 뛰게 되어 있고 머리를 숙일 때는 피가 역류하지 않고 다리 끝까지 통하게 하는 소동맥그물이란 혈관구조가 아주 촘촘하고 세밀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키가 커서 멀리 넓게 볼 수 있기 때문에 포식자룰 빨리 발견해서 피하기 쉽고 다른 동물에게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바다악어는 뱃속에 돌같은 모래주머니가 있는데 그건 통채로 삼킨 물소나 거북이 등의 딱딱한 먹이를 위산과 함께 분해할 때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남극과 북극을 오가는 철새인 극제비갈매기는 매년 2만 마일 이상을 왕복한다. 바다새이지만 제비처럼 경쾌하게 비행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무게가 120g이고 몸길이는 15인치 정도인 새가 어떻게 그런 힘이 생길까? 지구상에서 가장 먼거리를 이동하면서도 30년이상 장수한다.
머리는 검고 부리와 발이 짙은 오렌지색이다. 무척추 동물과 바다 곤충, 작은 물고기를 먹이로 하고 때에 따라 나흘 정도 쉬지 않고 날 수 있는데 그 힘은 가슴과 배부분의 지방을 산화 시켜서 얻는다고 한다. 바람의 이동을 따라 날기도 하고 새의 뇌에 있는 자철광이 지구의 자기장 의 방향을 감지해서 정확하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다.


부화된 새끼는 강한 훈련을 받아가며 사냥법과 다이빙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고 청소년이 되면 부모와 함께 남쪽으로 이동한다는 눈물겨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멀리 이동하는 이유는 단지 먹이만을 위한게 아니고 환경파괴로 인해 서식지의 질이 나빠져서 삶의 터전을 잃거나 다른 무리와의 경쟁 때문이고 그로인해 해마다 그 숫자가 줄어든다고 한다.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세상의 모든 생명을 키우시는 창조주의 능력, 그 놀라운 신비를 찬양한다. 그러나 인간은 물고기가 물 속에서 물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지구에 살면서 공기의 고마움, 자연의 감사함을 잊고 산다. 온난화로 뜨거워진 지구를 외면하고 환경보호에 등한시하고 있다.

우리는 창조주가 주신 아름다운 세계를 보존하는 데 힘쓰지 않고 권력과 이익추구를 위한 개발로 인해 자연의 생명체에게 피해룰 주고 지구를 파괴하는 일을 일삼고 있다.
산넘어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라! 탐욕, 비양심, 몰인정 등 흐려진 삶의 모습에서 탈피한 마음의 여백과 평화, 사랑과 자비, 온화함을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내세의 울창한 숲을 보여준다. 삶은 어떤 생명이든 참으로 고귀하고 아름답다. 우리모두는 창조주께 피조물인 우리의 부족하고 불미스러운 모습울 보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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