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2021-02-23 (화)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요즈음 워싱턴 한인언론들이 한인들의 상권지대인 애난데일에서의 절도, 강도 사건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주류사회의 매스컴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단 한번 채널 4 NBC 방송국에서 워싱턴 로컬 뉴스 시간에 잠깐 보도되었다. 가게의 문을 부수고 도둑질한 것이 방영되었는데 장소는 하워드 카운티였다. 인터뷰를 한 사람은 중국가게의 중국 사람이었고 피해 상가를 화면에 띄울 때에 한인 가게는 B모라는 치킨 가게를 비추어진 것이 전부였다.
그러한 뉴스를 보면서 어떤 분이 아주 어두운 이야기를 한 것이 새삼 떠오른다. 워싱턴 같은 곳이야 아니겠지만 외딴 시골에 잘못 가면 어쩌면 일부 철없는 백인들에게 아시아인이라고 왕따를 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폭력의 대상이 될지 모르니 조심해서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4.29 LA의 흑인폭동 같은 사건이 터진다면 다시 한인 상가들이 방화와 약탈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우리 한인인 어느 누구에게도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바이든 정부 출범부터 최소한 오늘까지 나는 인사문제에 대해서 불만이다. 트럼프 정부야 백인 우월주의 정부라고 혹평을 받았다 치더라도 바이든 정부까지도 행정과 비서실의 모든 요직에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 계통의 인재들을 뽑았지만 한국계 사람은 없다. 행정부에서는 장관급은 고사하고 부장관이나 차관, 백악관에서는 수석비서는 아니더라도 그냥 비서도 없다. 있다면 그보다 한 자리 아래인 차관보에 성김이 유일한 것 같다.
코로나19에다 폭설로 인하여 꼬박 집에 있자니 뉴스와 인터넷이 넘쳐난다. 아직도 유치하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마치 구세주라도 되는지 별별 음모론을 들먹이며, 유치가 아니라 황당한 글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뉴욕 지하철에서 한국계 여성이 폭행을 당했고 그 폭행자가 지하철에서 내려서 유유히 걸어 나갔다는 참으로 우울한 뉴스도 있다. 주위에서 그 여성을 도와주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니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CNN 뉴스에서 론 김(Ron Kim) 뉴욕주 하원의원의 대담을 보았다. 자기 삼촌이 참전용사인데 너싱홈에서 세상을 떠난 것을 들먹이며 쿠오모 주지사가 너싱홈에서의 사망자수를 속였다고 밀어붙이고 있었다. 현재 주 하원의원인 그가 당선 여부를 떠나 뉴욕 시장 선거전에 시장 후보로 뛰어든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
나는 우리가 한국을 사랑하고 특히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을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미국 내에서 우리의 위치, 우리를 정립하고 한인들의 안전과 이익에 우선순위를 두자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주류사회가 우리에게 보내는 무관심이나 차가운 눈길이 발등의 불이다.
그러나 희망이 보인다. 나이 드신 분들이 지금 방범단을 만들어 애난데일 지역을 순찰한다는 소식이다.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행동은 한인의 안전뿐만 아니라 주류사회 그리고 경찰과 선거로 뽑힌 분에게도 우리를 돌보라는 무언의 압력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목소리로, 행동으로 우리의 권익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자고 거듭 말하고 싶다.
<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