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심판 종료와 함께 이제야 진정한 ‘바이든의 무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퇴임 후에도 워싱턴 정가의 ‘깨어있는 모든 순간을 짓눌러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늘이 걷히면서 새 대통령 조 바이든이 의회와 여론의 관심을 받으며 자신의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바이든 취임 후 24일 동안 트럼프는 (트윗 금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실재해왔다. 그를 취재하기 위해 보도진이 팜비치에 상주했고 케이블TV는 온종일 트럼프 뉴스를 멈추지 못했다. 백악관은 탄핵심판이 질질 끄는 동안 바이든 정책 추진 모멘텀이 약화될까 두려워했고 바이든 자신도 트럼프 논쟁과 거리를 두려고 애썼다.
상원이 오전에 가결한 증인 소환을 오후에 번복하면서까지 탄핵심판을 불과 닷새 만에 서둘러 마무리시킨 것은 이런 차질을 우려한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결단이 주효했다. 바이든의 측근인 크리스 쿤스의원은 “500명의 증인을 부른다 해도 공화당의 용기가 없는 한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며 증인 소환은 탄핵심판만 지연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지금까지 바이든의 정책 추진은 비교적 성공적이었지만 이번 주부터는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일정도 상당히 빽빽하다.
대통령으로 첫 출장길에 나선 16일엔 위스콘신에서 열린 CNN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보통사람들과 코비드 백신과 개학, 인종, 최저임금 인상 등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으며, 오늘 미시간의 화이자 백신제조 공장을 방문한 후, 내일 주요국가 정상들과 G7 화상회의를 갖는다.
최우선 과제는 코비드와 경제다.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의 성공여부가 팬데믹을 억제하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그의 능력에 달려 있으므로 지체할 시간이 없다. 1.9조 달러 대규모 코비드 경기부양안의 조속한 통과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절박해진 서민들의 생계를 도울 1,400달러 현금지급, 안전한 개학을 지원할 수십억 달러, 효율적인 백신 접종을 위한 기금 등이 포함된 부양안을 3월14일 연방실업수당이 만료되기 전에 통과시켜야 하는 것이 바이든의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다.
탄핵심판은 끝났지만 공화당은 ‘네버 엔딩’ 트럼프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파와 반대파로 분열된 채 바이든의 과제를 저지할 의회투쟁 전열을 아직 가다듬지 못한 상태다. 의사당 난동이후 공화당을 버리는 유권자들이 속출하는 한편에서 주 공화당위원회들은 중구난방으로 반 트럼프 인사들에 징계 보복을 가하고 있으며 기부처의 외면도 늘어난다.
공화당의 이 같은 ‘정치적 공백’이 바이든과 민주당에겐 “대공황 이후 최대의 사회적·경제적 위기에 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회라고 로버트 라이시 UC 버클리 교수는 지적한다.
야심찬 대규모 부양안을 타협하지 말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초당적 타협과 단합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이든이 ‘양극화’ 현실의 벽을 실감한 것은 취임 2주도 채 못 되어서였다. 코비드 부양안 추진을 위해 중도파 공화의원들과 백악관에서 회동을 가졌으나 “고통 받는 국민들을 돕기 위해” 바이든의 원하는 1.9조 달러 ‘대규모’와 그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공화당 제안의 차이는 타협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바이든의 첫 초당적 타협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바이든은 예산 재조정 절차를 통한 민주당 단독 처리를 시사했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막는데 필요한 60표 찬성 없이도, 다시 말해 공화당의 협조 없이도 과반수 찬성만으로 부양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절차다.
공화당은 ‘당파적’ 추진을 공격하며 이 ‘가장 과격한 어젠다’를 단합해 반대할 것이라고 천명했으나 바이든의 입법 의지는 별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신의 상원 시절과는 너무 다르게 깊이 양극화된 상원을 마주하면서, 초당적 타협은 계속 노력하겠지만 공화당의 협조 없는 입법화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표명한 것이다.
그럴 수 있는 표도 가졌고 여론도 그의 편이다. 2월 초 퀴니피액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부양안에 대한 지지는 ‘초당적’이다. 공화 응답자 포함 68%가 지지한다. 현금지급의 지지율은 78%로 압도적이다. 양당 주지사 및 시장들도 부양안 통과를 고대하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해독제’가 당선의 동력이었던 바이든에게 이번 부양안의 입법화 성공은 정치적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반 트럼프’가 아닌 자신의 정책에 대한 충분한 지지를 확보해 성사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만약 대규모 부양안이 민주당의 예정대로 3월 초에 통과된다면 이번 입법 승리는 바이든의 집권 초기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기후변화 대처와 이민개혁 등 정치적으로 더 까다로운 과제의 입법 투쟁에서 새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힘이 된다는 의미다.
팬데믹의 위기에서 불안하고 두려운 국민들에게 어떤 확답도 줄 수 없는 노 대통령은 취임 후 그들과의 첫 대화였던 16일 밤 CNN 타운홀을 마치면서 말했다 : “나는 정말 기도하고 있다, 내가 여러분 모두를 위한 나라가 되도록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를” - 많은 국민들도 함께 기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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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