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문 정부 대북자세 국민 우려 증폭

2021-02-14 (일)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크게 작게
새해에 들어서도 국내정치는 별다른 변동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당면한 정책이나 제반과제에 대한 개선노력은 보이지 않고 정파이익을 노린 말싸움, 패싸움 막장 연속극만 소란스럽다.
요동치고 있는 국제정세에는 마냥 둔감한 모습이다. 마치 주위에 맹수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줄 모르고 초식동물들이 정신없이 주도권 쟁투를 벌이고 있는 안타까운 광경 같다.

바이든 새 정부가 들어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점점 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 전투기들이 대만의 항공식별 구역을 마구 넘나들고 미국의 핵항모가 대만해협을 항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양제츠 국무위원이 격렬한 통화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한동안 시진핑 주석은 축하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았다. 미중간의 패권 경쟁 파고가 심상치 않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8차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핵무기 발전상황을 장황하게 늘어 놓았다. 핵폭탄 소형화를 완성하고 다탄두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도 개발했고 미국이 가장 꺼리는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도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국민들의 골머리를 흔들어 놓았다.

문대통령은 지난 1월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 합동군사훈련을 북한이 계속 비난해 온다면 “북한과 논의해 볼 수도 있다”고 대답하였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이 단순히 순간적인 말실수였는지 그의 평소 소신이 여과없이 튀어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가한 언어’였음에 틀림없었을 것 같다.
한미 동맹국의 연례 군사 훈련은 더군다다 영상 방어훈련이다. 이것을 북한이 비난한다고 해서 그들과 “논의를 해 보겠다”라니 그의 진의를 추궁해 볼 수 밖에 없는 발언 아닌가. 남북관계는 아직도 초긴장 상태에 다시 빠져 있고 대화 창구마저 꽉 막힌 상태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화해 무드에 젖어 있고 북한이 남한 적화 의도를 완전히 포기한 것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한미군사 훈련의 장비동원과 규모를 그리고 훈련기간과 범위를 북쪽과 논의해 보겠다니 너무 황당해 덜컥 겁이 들 지경이다.
거듭되는 조언이지만 남, 북, 미의 쟁점은 북한의 핵포기 여부와 김정은 독재체제 고집이다. 거슬러 말한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과 다툴 이유가 없고 더욱이 남한과의 대화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북한이 민주정치 방향으로 인민들이 직접 지도자를 선출하고 개혁 개방으로 간다면 남북은 물론 미국과의 평화무드도 순식간에 조성될 것이다. 북한이 왕조시대보다 더 혹독한 수령 절대주의 세습 독재를 사수하고 이를 위해 핵무기를 빌미로 체제를 유지하려는 책략이 남, 북, 미 간의 대립으로 비화한 것 아닌가.

따라서 북한은 현 체제를 유지하려면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반대로 핵을 포기하면 정권이 멸망한다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북한은 핵포기냐 독재정권 파탄이냐의 마지막 라인에 서서 뭔가 살벌한 긴장상태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한, 미는 북한이 전술상 ‘핵포기’ 가능성을 내비치더라도 섣불리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신중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자세는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내용들만 노출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 전화선을 모조리 끊고 남북 군사공동 사무소를 폭파하고 전쟁협박을 가해 오자 남한이 그들에게 보여준 게 무엇인가. 대북 전단 살포금지 법안을 통과시키고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국가안보실장을 한 달도 안돼 골수좌파 인사들로 교체하는 저자세를 보이지 않았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우리 한국의 입장이 난감하고 또는 북한과의 평화 무드가 절심함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주변 정세가 이럴수록 우리 스스로의 바른 자세와 의연함을 갖춰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한미연례군사 합동훈련을 북한과 논의해 볼 수도 있다. 라는 발언이 잠재의식에서 나온 말이 아니고 단순한 순간적 말실수 해프닝이었기를 바란다.
(571)326-6609

<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