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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살 -2월14일

2021-02-11 (목)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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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4일은 밸런타인 데이다. 269년 성인 발렌티노 주교의 축일로 연인들의 날이다. 굳이 연인이 아닌 친구, 동료간에도 꽃과 케이크, 초콜릿등을 선물하는 날로 긴 겨울, 봄을 일깨우는 비즈니스 대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2월14일이 낭만적인 밸런타인 데이이기만 할까. 알고 보면 1910년 2월14일은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일본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날이다. 1909년 10월26일 하얼빈 역에서 일제침략의 원흉인 일본제국 초대 내각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사형선고를 받은 지 한달이 좀 지난 3월26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때 나이 32세였다.

안중근 (1879년 9월2일~1910년 3월26일)이 검사의 심문을 받을 때 제시한 이토 히로부미의 죄악은 이렇다.


1894년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1905년 11월 대한황실 황제를 위협해 강제로 다섯 조약을 맺게 한 죄, 1907년 고종 황제를 폐위시킨 죄, 한국내 산림과 하천, 광천, 철도, 어업, 농, 상, 공업 등을 일일이 늑탈한 죄. 나라의 주권을 되찾고자 하는 수많은 의사들의 봉기를 폭도라며 쏴죽이거나 효수하고 심지어 가족까지 십수만 인을 살육한 죄, 한국 삼천리강산을 욕심내어 일본의 것이라 선언한 죄, 동양평화의 영위를 파괴하여 수많은 인종의 멸망을 면치 못하게 한 죄 등등 이토의 죄는 차고 흘러넘친다.

감옥에 갇힌 안중근은 서예와 ‘동양평화론’ 집필에 몰두했다. 동양평화론은 세계열강이 동양을 침범해 옴에 따라 한중일 3국이 서로 돕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하여 집필을 시작했지만 서둘러 집행된 사형으로 서문과 첫 장만 완성되었다.

우리에게는 자랑스런 영웅이지만 일본 교과서에는 안중근이 일본 근대화를 이끈 리더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인물로 나온다. 일본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다. 현재 일본 수상인 스가 요시히데는 관방장관 시절인 2013년 11월 ‘ 안중근은 범죄자, 테러리스트’ 라는 망언을 했었다.

우리에게 대한제국을 침략하고 강탈한 나라의 수상을 안중근이 제거한 것은 애국이지 테러가 아니다. 내 나라를 빼앗았으니 적국이고 적군 수장을 사살한 것은 당연한 군인의 사명이었다.

최근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우리를 분노케 했다.

한국법원이 일본기업과 정부에 각각 일제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명령한 판결에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에 어긋난다며 수년 이상 한일관계는 경색되어있다. 일본은 한국정부가 시정할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한국과 일본의 감정이 격해져 전쟁이라도 한다고 치자, 우리가 굳건한 한미동맹이라고 믿고 있는 미국이 어느 편을 들까?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주일만인 1월27일 일본 스가 요시히데 일본총리와 첫 정상통화를 했다. 일본은 안보와 무역에서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이다. 특히 중국의 도전, 북한의 위협 대응에 미일동맹의 결속은 더없이 중요하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4일만인 2월4일 한미정상간 통화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 핵심축인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일본에게 종교, 문화를 전달했고 그러다보니 일본의 종교, 문화는 우리와 비슷한 점이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서로 주고받다보니 지금도 경제적으로 밀접하다. 경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정상외교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지난 2일 미의회 조사국은 한일관계가 수십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악화해 한미일 3국의 정책 조율을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일을 도모하자면 두 나라가 하루빨리 한일관계를 풀어내야 한다. 과거사는 잊지는 말되 발목 잡혀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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