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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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마음

2021-02-11 (목) 이중길 / 은퇴의사, VA 중앙시니어센터 문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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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른 아침 눈을 뜬다
가지 끝에 매달린 하얀 눈(雪)
햇빛이 얼굴에 다가올 때
기쁜 마음이 내린다

찬 바람을 머리에 감으며
서있는 나무
겨울을 품고 지내던 줄기에서
추위를 지우는 바람의 손길에서
어느새 눈은 꽃이 되어 떨어진다

겨울의 무게를 저항하는 힘
눈꽃을 땅에 떨어뜨리고
가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서
울려 오는 봄의 소리
다른데도 아닌 나무 몸통 안에서
깊은 물소리 들려온다

뿌리에서 끌어 올리는 힘
나무는 마음이 바쁘다
봄의 가장자리에서
하늘 끝에서부터 땅으로 내리는
축복의 눈빛을 붙잡으려고
나무는 몸을 뒤척인다

<이중길 / 은퇴의사, VA 중앙시니어센터 문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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