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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조찬기도회

2021-02-09 (화) 서옥자 / 한미 국가조찬 기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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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월 초, 미국 국가 조찬기도회가 열릴 때면 워싱턴 D.C.에 있는 힐튼 호텔과 그 주변은 세계각국에서 온 국빈, 손님들로 북적인다. 거대한 볼룸에서 4천여명이 넘는 인파가 조찬과 친교를 나누며 사흘간에 걸려 기도행사를 치루느라 열기가 넘친다. 대통령의 참석 관계로 이른 새벽부터 교통이 통제되고 보안 검색대에는 장시간 줄지어 대기 행렬이 이어진다.
그런데 올해, 제 72회 미국 국가조찬 기도회는 코로나로 인해 유튜브 동영상으로 진행되었다. 예년처럼, 만남과 친교의 시간들이 아쉽지만 그래도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처소에서 조용히 동영상으로 참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매년 이 행사에 초청받기란 무척이나 힘들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 행사가 왜 이리 성황을 이루며 중요한 자리매김을 했을까.

이 기도회의 기원은 1935년,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19명의 사업가들이 도시에 직면한 여러 긴장과 분열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예수님께 기도하는 목적으로 소그룹 모임에서 시작됐다. 왜 조찬을 나누며 만날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후 이른 아침, 티베리아 해변에서 그의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나타나 풍성하게 잡은 물고기로 조찬을 드시며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을 함께 나누신 사건이다. 이를 본받아 소그룹의 친교, 제자 양육, 기도모임이 점차 미 서부 지역으로 퍼져나가며 드디어 이 곳, 미국 정치 수도인 워싱턴에도 시작해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참석했고 정치가들도 동참을 했다.

나는 오랜 세월전, 미국 국가 조찬기도회를 뿌리내리게 한 고 Doug Coe씨를 서울에서 박동선씨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그 분이 수고한 열심의 열매 덕분에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참석한 크리스찬들과 손 붙잡고 기도함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알게 됐다. 사업가이며 기독 활동가인 그는 4년전에 하늘 나라로 떠나셨다. 혹자들은 그를 빌리그래엄에 버금간다고 한다. 늘 겸손하고, 따뜻하고, 자상한 그 분과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비서를 통해 아쉬운 대화를 나눈 추억을 그려본다. 지금 나는 어떤 씨앗을 뿌리고 있는가를 생각하며.
올 행사에도 근래의 전 대통령들이 참석, 동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그들 모두가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어둡고, 혼란스럽고, 불안한 이 시대에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고 통합하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특별히 오바마 대통령은 성경 말씀을 인용하며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해야함을 강조했다. 트럼프만 참석 안했다. 이번 행사의 기조연사인 앤드루 영(전 UN 대사)도 미국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와 차기 제퍼슨 대통령이 정적으로 치열하게 싸운 사이였지만 애덤스는 제퍼슨에게 대선에서 패배하고 매사추세츠로 돌아간 후에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 우정을 회복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금처럼 어두운 시기에, 우리가 바라볼 곳은 오로지 믿음뿐이라며 믿음은 어두울 때에 더욱 밝게 빛난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기쁨의 아침이 온다며 소망을 갖고 일치된 나라로서 공동목적을 이루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번 기도회를 통하여 미국의 오랜 세월, 변함없는 신앙의 가능성을 보며 역대 대통령, 정치 지도자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며 우울했던 소매를 걷어 부친다.
아무리 지금 어두움의 세상에 코로나, 폭동, 자연 재해 등의 불안한 시대에 살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시리라는 기도와 소망을 품어본다. 오늘도 먼 하늘을 바라보며 동네 길을 걷는다. 뿌려야 할 씨앗을 생각하며.

<서옥자 / 한미 국가조찬 기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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